野 “與이탈표 고민할 시간 주겠다”
與, 투표용지 백지상태 제출도 거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국회에서의 재의결이 미뤄지면서 여야 간 수싸움은 연말까지 이어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내홍이 점점 깊어지는 여당 의원들의 이탈표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을 세웠고,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전원이 본회의에 출석하되 기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다음달 10일 본회의를 열어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당초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을 이달 28일 표결에 부치겠다고 거듭 공언해왔지만, 여권의 분열 양상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당내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재의결을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재의결이 연기된 배경에 대해 “28일에 바로 표결을 하게 되면 이탈할 수 있는 여당 의원들이 개별표나 조직표를 내기 위해 고민할 틈이 없어진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힘 내부 자중지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민할 시간적 여유를 굳이 뺏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당원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국민의힘은 특검법 표결에 있어서는 단일대오를 유지하겠다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한계로 꼽히는 한 의원은 “당원게시판 사건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쪽에서 흔들어선 안 되는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법은 단일대오로 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본회의 표결 시 의원들이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투표용지를 백지 상태로 제출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재의결 시점에 임박해 의원들의 뜻을 모아 최종적인 표결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의 표결 연기 전략에는 연말까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공세를 지속해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당분간은 수면 아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 관련 논란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을 요구하는 여론은 불어나고 있고, 국민의힘의 부담은 점점 커지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표결은 미뤄두고 비상행동, 장외집회를 계속해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사탄핵소추안에 대한 본회의 상정을 특검법 재의결 날짜와 분리한 것도 여당 의원들의 이탈표를 유도하는 방안의 일환이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여당에서 결집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검사탄핵안과 특검법 재의결을 묶었을 때의 부담이 있다”이라며 “그 효과를 줄이기 위해 본회의 상정 날짜를 떨어트려 놓은 것”이라고 했다. 양근혁·안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