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 속 꺼낸 ‘현미경 전략’…맞춤 컨설팅으로 경쟁력 강화

삼성 경영진단실 신설 의미
25개 관계사 인하우스 컨설팅 역할
최주선 대표, 삼성SDI 대표 선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엔 이청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유임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


삼성이 글로벌리서치 산하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내부 컨설팅을 통한 관계사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전체 그룹차원에서 전략을 짜는 사업지원T/F와 함께 객관성을 갖춘 인하우스 컨설팅 조직을 통해 각 계열사에 적합한 ‘맞춤형’ 컨설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마치 현미경으로 촘촘하게 들여다보듯이 관계사를 세밀하게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28일 관계사 경영진단과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사장급 조직인 ‘경영진단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실장에는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됐다.

경영진단실은 사업적인 부분에서 각 관계사에게 컨설팅을 제공하는 ‘인하우스 컨설팅’ 조직이다. 관계사마다 경영진단팀이 있지만, 보다 객관성 갖춘 조직을 신설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각 관계사의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건전성 확보를 책임지게 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지원TF가 거시적 그룹 차원에서 전략을 짠다면, 경영진단실은 각사에 맞는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관계사의 요청에 의해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한다. 기존 조직들이 보기 어려웠던 디테일까지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 부진 등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AI 시대가 도래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을 포함한 고성능·저전력 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운드리에서도 고객사 부족 및 기술 저하 등의 이슈가 불거지며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근원적인 메모리 기술력을 회복하고 파운드리 수주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이에 전일 사장단 인사에서 반도체 전문가들을 곳곳에 배치하며 쇄신 의지를 다졌다. 전영현 DS부문장이 직접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아 총괄하고, SAIT 원장까지 역임한다. 기술력 제고와 메모리 사업 회복을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경영진단실 신설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여러 조직에 분담시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 2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내년 2월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현재의 삼성전자 위기 극복을 위해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 중장기적인 비전을 발표하며 강한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는 시각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감시하고 있는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컨트롤타워 부활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15일 발간한 연간 보고서에서 “경영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진단실 수장으로 선임된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미래전략실 전략팀, 사업지원T/F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거친 핵심 경영진이다. 지난해 삼성SDI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고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과 사업지원T/F 등 요직을 거쳤다.


최 사장의 이동으로 자연스럽게 관계사 대표의 연쇄 인사가 이어졌다. 삼성SDI 대표에는 최주선 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가 선임됐다. 최주선 대표는 KAIST 전자공학 박사학위 취득 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 DS부문 미주총괄 등을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대표이사를 역임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최주선 사장은 2020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디스플레이로 옮긴 후 1년여 만에 체질 개선을 주도하는 성과를 보인 바 있다. 최근 이어진 전자IT업계 시장 부진 속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실적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SDI에서도 배터리 시장 캐즘 속 차세대 전략 강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에는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지낸 이청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및 내정됐다. 이청 사장은 포항공대 화학공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를 거쳐 LCD, OLED 개발 및 공정기술 등을 두루 경험한 디스플레이 기술 전문가다. 2020년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실장에 이어 2022년 사업부장에 선임돼 중소형디스플레이 사업의 견고한 실적 창출을 주도해왔다.

이청 대표에게는 OLED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과제가 주어질 전망이다.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은 중국의 추격으로 OLED 시장 마저 빼앗길 위기에 쳐했다.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기술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는 유임됐다.

삼성SDS는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준희 삼성전자 부사장을 내정했다. 이준희 신임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학부 졸업후 미국 MI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IT 및 통신기술 전문가다. 2006년 삼성전자 DMC연구소로 합류하여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장을 거쳐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과 전략마케팅팀장 역할을 수행했다. 삼성전자 및 관계사는 이르면 29일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민지·정태일·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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