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본시장 핀셋 규제 이뤄지면 상법 개정 내용 바꿀 수 있다”

주식시장 활성화 TF 간담회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정기국회 내 반드시 처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과 관련해 “토론을 하고 경영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합리적인 자본시장법이 실제로 시행되면 상법 개정을 일부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Market Square 홍보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현장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을 안 하고 핀셋 규제를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면 상법 개정을 안 해도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가능성이 거의 제로다. 정부·여당이 할 리가 없다”며 “아마 거기 다 맡겨놓으면 임기 끝날 때까지 논의만 하다 안 할 가능성이 99%”라고 했다.

민주당은 내달 4일 이 대표 주재로 상법 개정 관련 재계와의 ‘끝장 토론’을 열 예정이다. 앞서 이 대표는 상법 개정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일자 여러 차례 ‘공개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최고위에서 처음 ‘상법 개정 토론’을 언급한 데 이어, 지난 24일 페이스북과 전날 최고위에서도 재차 ‘끝장 토론’을 언급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 이후 “토론회 내용에 따라 (상법 개정안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토론에서 의미가 있는 지점이 있으면 우리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이번 토론회에 대해 “사회적 설득의 과정”이라며 “만약 우리 얘기가 잘못된 게 있으면 인식의 시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론에서 의미가 있는 지점이 있으면 고민을 할 것”이라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면 우리가 그걸 수용할 순 없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행사에서 “상법 개정을 반드시 하겠다”며 이번 정기국회 내 법안 처리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 대표는 “원래는 자본시장법 쪽을 개정하는 게 정확하고 맞는데, 그게 정무위 소관이라 그쪽에 맡기면 될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정부·여당이 말을 바꿨다. 전에는 상법 개정을 할 것처럼 적극 얘기하더니 진짜 할 것 같으니 뒤로 물러서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며 “포괄적·일반적 규정인 상법 개정을 통해서, 가장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 개정이 될 테고 그 외에도 주주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각종 제도를 정기국회 내 반드시 처리하겠단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을 “언젠가는 국장(국내 주식시장)으로 되돌아갈 휴면 개미”라고 소개하면서 “제가 되돌아가기 전에 주식시장을 꼭 정상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대놓고 주식을 쪼개고 훔쳐 가는 경우는 전에는 없었다. 요즘은 그런 게 당연시되기 때문에 주식시장 신뢰가 더 떨어졌다”며 “경쟁력은 공정성에서 나온다. 이 시스템으로 엄혹한 국제 경쟁을 어떻게 할 수 있나, 국제 경쟁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과 싸워 이길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기업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와 ‘보호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할 방침을 세웠다.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지난 14일부터 당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어온 논의를 바탕으로 한 민주당의 당론이다. 상법 개정은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결단하면서 증시 선진화를 명분으로 제시한 보완책인 만큼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사의 충실 의무와 관련해선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기존 조항이 ‘이사는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로 확대·수정됐다. 보호 의무는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아울러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분리선출 감사위원 이사 수 확대 ▷전자주주총회 방식 도입 등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개정안 발의에 앞서 민주당 안팎에선 이사의 충실 의무와 보호 의무 중 한쪽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당론이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두 가지 의무를 모두 규정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경제계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 추진을 두고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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