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대출한파 이어진다

금융당국 ‘촘촘한 억제’ 기조 예고
보수적 대출정책 ‘영끌’ 사실상 불가
월별·주기별 쪼개기관리 돌입 예상
기준금리따라 인하해도 효과 적어



“곧 신생아특례 신청도 급증할텐데, 내년 가계대출은 걱정이 큽니다.”(한 시중은행 부행장)

한국은행의 ‘깜짝’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3%대까지 내려왔지만, 대출한파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경영목표를 월별로 받아보는 등 더욱 촘촘한 억제 기조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높은 은행금리가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아 내려간다고 해도, 정부 및 은행들의 보수적인 대출정책 운영으로 ‘영끌’이 불가능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 은행권 가계대출 월별·주기별 관리 돌입하나=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주 금융당국이 배부한 양식에 맞춰 가계대출 경영 계획 초안을 제출했다. 초안에는 은행권의 자체 가계대출 판매 목표치와 함께 버팀목(전세)·디딤돌(신규매수)과 같은 정책대출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제출한 가계대출 경영 계획을 기초로 내부적인 관리목표도 선정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와 달리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경영 목표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월별·분기별로 받아보는 안을 계획 중이라는 점이다. 계절별 수요가 있다는 걸 감안해도, 올해처럼 가계대출 잔액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튀어오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를 보면 1분기에는 가계대출이 줄어들다가 4월부터 증가세에 들어가기 시작해 7~8월부터 확 올랐다”며 “이같은 현상은 거시경제에도 안 좋기 때문에 월별·분기별로 쪼개서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월별·분기별 가계대출 목표치를 제출하고, 이에 따라 대출 정책을 경영한다면 거의 항시적인 대출 ‘제한’이 이뤄질 수 있다. 통상 은행들의 경우 계절요인을 받아 여름부터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하고, 연말에는 연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잔액이 줄어드는 식으로 영업해왔다.

금융위의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3월까지 계속 감소하다가 4월부터 증가세(5조1000억원)로 돌아서더니, 그 증가폭이 5월부터 6조원, 5조9000억원, 5조4000억원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8월 9조2000억원 증가해 최대치를 경신했고, 금융당국과 은행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다시 내려앉는 중이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은행권의 연령대별·소득별·지역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자료도 매달 받아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DSR과 연체율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리스크 관리에도 활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차주 입장에선 내년부터 대출을 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질 거란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내달 2일부터 신생아특례대출의 합산소득 요건이 2억원으로 상향되는 등 정책대출의 수요가 내년에도 이어질 거란 점이다. 정부는 ‘정책대출 조이기’ 기조 속에서도 신생아특례 디딤돌대출의 요건은 오히려 완화하기로 했는데, 이에 은행권의 자체 주담대는 경영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출금리 기준금리 따라 인하해도…체감은 ‘글쎄’=기준금리가 두 차례 연속 내리면서 내년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지만, 그 효과도 크지는 못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대출한도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에 금융 차주들이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는 전날 기준 연 3.57~5.97%로, 이는 이달 초(연 3.75~6.15%)에 비해 금리 상단과 하단이 0.18%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떨어지지 않던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천천히 시장에 반영되며 최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간차를 두고 반영된다”며 “금융채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가 따라 내리겠지만 현재는 한도 자체가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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