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A씨가 생면부지의 중년 여성 B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스레드 캡처]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사랑해 아들, 오늘도 하늘에서 지켜봐다오. 잘 지내고 있단다. 밥 챙겨 먹으렴.”
사고로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여성이 매일 아들이 사용하던 번호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는 아들이 아닌 생면부지의 20대 청년이 받았다.
“날이 추워졌단다. 다시 네가 내 품으로 돌아왔으면 해.”
“다시 태어나도 내 아들이 돼 주렴. 꽃이 지고 낙엽이 떨어지는 구나. 네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오늘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된장찌개 먹는다, 부럽지~매일 꿈에 나온단다. 오늘도 나와주겠니.”
카톡은 오전 9시가 되기 전 매일같이 울렸다. 전화번호를 바꾼 뒤 매일 이 같은 메시지를 받던 청년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카톡이라는 것을 깨닫고 고민 끝에 메시지를 작성해 회신했다.
“네 어머니, 잘 지내고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살도 찌고 운동도 잘 하고 있으니 끼니 거르지 말고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최고의 엄마였어요. 저도 사랑해요 엄마.”
한 청년이 일면식도 없는 중년 여성과 카톡을 주고받은 뒤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는 사연이 추운 겨울 온기를 더하고 있다.
A(25)씨의 사연은 29일 SNS를 통해 확산됐다. 이틀 전 스레드를 통해 자신이 매일 받고있는 카톡에 답장을 했다고 밝힌 그는 괜한 오지랖을 부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카톡을 보낸 당사자 여성 B씨는 “너무 놀라서 넋이 나가 계속 (메시지를) 보고만 있었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따듯하게 말해줘서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고, 보답으로 식사 제안까지 했다.
A씨가 지난 27일 B씨 부부와 함께 방문했다는 납골당. [스레드 캡처] |
인천에 사는 A씨는 폭설이 내린 지난 27일 경기도 부천에서 B씨 부부를 만나 아들의 납골당까지 다녀온 뒤 함께 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어머니께서 아버님과 같이 오셔서 만나자마자 안아주셨다”며 “아드님이 살아생전 사용했던 휴대폰 번호가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번호랑 일치해서 매번 제게 카카오톡을 보내셨던 것 같다. 아드님은 두 달 전 사고로 돌아가셨다더라”고 했다.
이어 “제가 아드님이랑 체구는 다르지만 웃는 게 비슷하다시며 많이 웃고 우시더라”면서 “(만남 뒤) 택시비 5만원을 건네주시는 걸 거절했지만 ‘종종 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받았다. ‘먼길 와줘서 고맙다’고, ‘시간 내줘서 고맙다’고 5분간 서로 부둥켜안고 운 것 같다. 이런 사소한 인연으로 저는 어머님 아버님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A씨 사연에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엄마의 슬픔을 보듬어줘서 고맙다”, “글쓴이가 아드님의 빈 자리를 채워줄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에게는 그대는 받아볼 수 없는 답장을 받게 해 준 기적이고, 내게도 기적이며 희망이다”, “나도 떠나가신 아빠께 1년 동안 카톡을 보냈는데, 글을 보니 아빠가 생각나서 눈물이 난다” 등 누리꾼의 응원과 위로가 이어졌다.
이에 A씨는 “전 착한 사람이 아니다. 답장 하나로 이렇게 따뜻하게들 말해주실 줄 몰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아울러 B씨가 대신 전달을 부탁한 감사 인사도 함께 전했다.
“한창 멋을 내고 이제야 세상을 알아갈 단계에서 안타깝게 먼저 천국을 구경하게 된 아들의 엄마 심정이 많이 힘들고 지치네요. ○○씨가 많이 격려해주고 도움을 줬어요. …(중략)… 주변에 계신 분들도 무슨 일이 생기실지 모르지만 있을 때 잘하란 말이 무슨 말인지 다시금 느끼네요. ○○씨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제일 따뜻한 겨울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