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은행장 조직쇄신용 KPI 개선 카드 고심할 듯
당국도 ELS 재발 방지 등 차원서 필요성 강조
“은행장 내정 작업 진행되면 논의 이뤄질 것”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연말 인사 시즌을 맞은 은행권에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이 불면서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던 핵심성과지표(KPI) 개선 논의가 다시 진전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횡령, 배임, 불완전판매 등 올해 은행권을 멍들게 한 각종 금융사고의 배경으로 단기성과주의를 지목한 것도 논의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은행장 임기가 이달 31일 일제히 만료되는 가운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교체를 확정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후임에는 각각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정진완 우리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대형 이슈도 없었고 실적도 좋아 연임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처럼 조직 쇄신 차원에서 ‘깜짝 인사’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경우 교체가 유력한 상황이다.
새 은행장들이 취임하면 뒤숭숭한 조직 분위기를 수습하고 고객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KPI 개선 과제를 본격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주요 은행지주들이 밸류업 내재화 차원에서 내년 임직원 KPI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한 만큼, 군불만 때던 KPI 개선 논의가 시간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는 전날 출근길에 KPI 개선과 관련해 “실적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맡긴 돈을 잘 관리하고 고객이 필요할 때 잘 내어주는 직원에게 더 평가를 해야 되지 않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행 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노조도 모멘텀이 있다. 기업은행(3일), 신한은행(18일) 등 일부 대형 은행들이 노조위원장 선거를 치르고 있어 집행부 교체와 함께 KPI 개선 요구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다음 달 정기대의원대회를 치르는 곳도 있어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KPI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운을 띄워둔 상태다. 기존 KPI가 은행이 중점적으로 판매하려는 상품을 잘 파는 영업점과 직원만 좋게 평가하도록 설계돼 있어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를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책 마련 세미나에선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해 KPI를 고객 중심으로 개선하는 안이 제시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단기성과주의와 온정주의적 조직문화가 금융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라고 비판한 것도 KPI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직까지는 직원들과 KPI 개선을 위해 직접적인 대화에 나선 곳은 없지만, 은행장 교체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휩싸인 우리은행의 경우, 노조가 은행 측에 영업환경 개선, 경영리스크 관련 직원의 신뢰 회복 등의 요구를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장 내정 작업이 진행되면서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조직을 쇄신하는 차원에서 KPI 개선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며 “노조들도 KPI 개선 요구를 할 예정이라 어떤 방향으로든 개선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