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너무 작은 ‘홍합’…패류에 닥친 기후재앙

10월 홍합 출하량 전년比 85% 줄어
물량 부족해 덜 자란 홍합 시중에 풀려
고수온으로 바지락·멍게 등도 상황 비슷


창원시 관계자들이 홍합 폐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 최근 대형마트 수산코너에서 생홍합 1㎏ 한 팩을 산 A 씨. 손질을 위해 팩을 개봉하자 A 씨는 허탈했다. 홍합이 3㎝ 수준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끓인 후 드러난 홍합살의 크기는 더 작아져 있었다. 며칠 뒤 A 씨는 또 다른 마트에서 홍합을 사려했지만, 작은 크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중에 유통되는 홍합이 예년 같지 않다. 방금 끓인 홍합을 먹을 때 입안에 가득 차는 감칠맛을 올해는 느끼기 어려워졌다. 시중에 풀린 상품 대부분은 생장이 덜된 어린 홍합이다. 여름에 덮친 이상기후의 여파가 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하는 생홍합은 대부분 6개월 정도 키운 것으로, 평년보다 생육기간이 짧다. 일반적으로 홍합은 양식 시작 후 최소 8개월~1년을 키워야 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1월 홍합 시즌에 출하할 물량이 부족해 내년에 출하할 물량을 앞당겨 선보였다”며 “홍합의 크기가 작고 살이 적게 찬 상품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합은 보통 겨울과 봄, 두 차례 채묘(씨를 심는 것)한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 풀린 홍합 중에서 지난해 겨울에 채묘한 상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 여름, 고수온으로 폐사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경남과 전남의 주요 홍합 생산지 7곳 중 5곳에서 측정한 홍합의 성장과 비만도는 ‘나쁨’이었다. 생산지 5곳 모두 홍합이 폐사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홍합살이 떨어져 껍질만 남는 경우도 많았다.

홍합 출하량도 급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홍합 출하량은 567톤으로 전년 3684톤에 비해 85% 가까이 줄었다. 가격도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9월 평균 4171원(1㎏ )이었던 홍합 가격은 이달 들어 4536원으로 치솟았다.

서울의 한 마트 내 수산코너. [연합]


고수온의 피해를 본 품목은 홍합만이 아니다. 남해안 일대 양식장에서 키우는 조개류가 직격탄을 맞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고수온 특보가 내려진 8월 2일부터 10월 2일까지 통영·거제·고성·남해·하동·창원 등 연안 6개 시·군 양식어가 744곳에서 전복 60만6000마리, 멍게 4777줄(멍게가 붙은 봉줄·줄당 14만마리 부착), 미더덕 614줄, 피조개 37가 폐사했다. 피해액만 594억원에 달했다.

전남에서도 여수시 등 7개 시·군 양식어가 220곳도 고수온으로 488억원의 피해를 봤다. 충남에서는 보령·서산·당진·홍성·태안 5개 시·군 바지락 양식장 3251㏊에서 바지락이 집단 폐사했다. 도내 전체 바지락 양식장(5243㏊)의 62% 달하는 규모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여름 고수온의 영향으로 다양한 양식 어종이 피해를 본 상황”이라며 “제철 수산물의 수급이 작년보다 어려워 내년 수확 물량을 조기 출하하다 보니 상품 상태가 예년보다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