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11시경 대통령 비상계엄으로 경찰이 통제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페이스북]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가 155분 만에 ‘무효’를 선언하게 된 과정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우 의장은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자마자 한남동 공관을 출발해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공관에서 국회의사당까지는 12.6km. 통상 차로 32분 정도 걸리는데, 우원식 의장과 경호팀은 12분 만에 주파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들이 국회의원, 의원 보좌진, 취재진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
하지만 당시 국회는 경찰이 에워싸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았다. 우 의장은 차에서 내려 경력이 지켜보지 않는 틈을 타 국회 담장을 넘었다. 당시 우 의장이 넘은 국회 담장의 높이는 성인 남성의 키높이 남짓이었다. 1957년생인 우 의장은 올해 67세다.
이후 걸어서 본관 3층 의장실에 도착한 우 의장은 국회 사무처 주요 간부를 소집했다. 이때 신병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우 의장은 의장실에서 모처로 이동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본회의장 접근이 용이한 곳이었다.
|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새벽 국회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4일 자정이 되자 우 의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에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 하겠다. 국민 여러분은 국회를 믿고 차분히 상황을 주시해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우 의장은 그러면서 “모든 국회의원께서는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란다. 특별히 군경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며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으로 소집했다.
이후 본회의장에 진입한 우 의장은 의장석에 올라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위한 본회의 개의를 준비했다. 본회의 개의가 준비되는 동안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의원 보좌진들과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
|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쪽에서 본회의장 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 |
계엄군으로 출동했던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제707특수임무단은 자신들의 출동 지역을 모른 채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착해보니 국회였다고 한다.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은 “당장 개의해서 (계엄해제 요구) 안건을 상정하라”,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했다”며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했지만, 우 의장은 “절차적 오류 없이 (의결)해야 한다.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다”면서 장내를 진정시켰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
이어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상정되자 2분 후 우 의장은 국회의장 봉을 두들겼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었습니다.”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은 오전 1시쯤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우 의장은 국회의 해제 요구에 따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비상계엄이 공식 해제될 때까지 본회의장 문을 닫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공식 해제 때까지 본회의를 계속 열어두기로 했고, 해제 선포가 나오지 않자 오전 4시 긴급 담화를 통해 대통령에 계엄 해제를 거듭 요구했다.
오전 4시 30분에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됐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이를 확인한 우 의장은 5시 50분쯤 회의를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