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가동되면 수사 통합 수순…빠른 구성이 관건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폐기됐지만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고발된 윤 대통령 수사를 정상적으로 이어간다. 오히려 경쟁이 붙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설특검까지 가동된다면 총 네 군데서 동시다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검·경·공수처는 벌써부터 수사 주도권에 대해 각자의 논리로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비상계엄 사태 관련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 이찬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 최순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등이 합류했다. 합동 수사를 위해 특수본에는 군검사 등 군검찰 인력도 파견된다.
검찰은 지난 4일 정의당 등으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형법상 내란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사건을 전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찬규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다만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사안인 만큼 중대성과 정치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신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개별 부서 차원이 아닌 규모가 더 큰 특수본을 꾸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죄는 직접적인 검찰의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직권남용 등 다른 사건과 ‘관련사건’으로는 수사할 수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당장 이날 새벽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 특수본에 출석해 심야조사를 받고 있다.
별도로 4건의 비상계엄 관련 고발을 접수한 경찰 역시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단은 전날 120여명의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안보수사단장인 송영호 국수본 안보수사심의관(경무관)이 수사를 총괄하기로 했다.
내란죄 수사는 경찰 소관이라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시민단체 등의 고발 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 역시 사건을 수사4부(차정현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전날 검·경과 마찬가지로 김용현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다만 공수처도 검찰과 마찬가지로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는 없어 직권남용 혐의를 먼저 수사해야 한다.
여기에 상설특검까지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김용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 즉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을 상정한 뒤 법안심사 소위원회로 회부키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수사요구안을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요구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즉시 가동되고,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특검이 가동에 들어가면 기존 수사기관의 자료를 넘겨받아 일괄 수사하면서, 수사 주도권도 특검이 쥐게 된다.
다만 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더라도 별도 처벌 규정이 없어 출범이 무기한 늘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또 특검의 경우 새로 편성된 기구이기 때문에 기존 수사기관에서 인력을 지원받아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물적·인적 구성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 한달에서 석달가량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각 기관은 특검 가동 전까지는 수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중복 수사’로 인한 예기치 않은 혼선과 비효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변수로 지목된다. 각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섬에 따라 기관간 신경전 또는 눈치보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비상계엄의 선포·유지 과정에 경찰 고위 간부들도 개입한 정황이 있는 만큼 검찰이 수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내란죄 수사가 본래 경찰 소관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공수처는 비상계엄 선포에 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경찰과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는 검찰에 비해 공정성 있는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