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흘리오 엘리잘데와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크레디아 제공]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매해 연말마다 내한해 ‘미스 디셈버’라는 별칭을 얻은 ‘바이올린 여제’ 사라 장(장영주)이 올해도 어김없이 국내 관객에게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선사한다.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 기자간담회에서 사라 장은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국 관객분들과 같이 즐기면서 투어할 수 있어서 너무 즐겁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사라 장의 이번 내한 공연은 5년 만의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로, 10년간 호흡을 맞추고 있는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와 함께 브람스와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을 선보인다. 훌리오 엘리잘데는 미국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유럽,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 주요 공연장에서 공연하며 비평가와 대중에게 뛰어난 연주력으로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연주회는 오는 10일 성남을 시작으로 울산, 청주, 강릉 등 12개 도시를 거쳐 마지막으로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무리된다.
사라 장은 “한국의 굉장히 많은 도시를 간다. 처음으로 간 곳도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엘리잘데도 “한국에 다시 오게 되어서 너무 즐겁다. 13개 도시를 함께 돌면서 음악을 선사할 수 있어서 기대가 많이 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공연을 앞두고 두 음악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연 프로그램 중 브람스의 소나텐사츠 c단조(F.A.E 소나타 중 스케르초)와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2번 곡의 일부를 선보였다.
곡 선정 이유에 대해 사라 장은 “조금 전통적이고 아카데믹하게 구성했다”며 “괴물같은 프로코피예프 소나타를 꼭 넣고 싶었고, 또 제가 작곡가 중에 가장 사랑하는 브람스의 곡을 골랐다”고 밝혔다.
“브람스는 너무나 로맨틱한 작곡가라서 좋아한다. 바하와 모차르트는 상대적으로 구조가 딱딱 정해져있는데, 브람스는 있는대로 제 마음에서 쏟아나오는대로, 얼마든지 로맨틱하게 해도 괜찮은 음악이다. 더구나 브람스는 곡을 쓰다가 맘에 안들면 그냥 버렸다고 한다. 맘에 안들어도 저장해뒀다가 다른데 쓰려고 하는 다른 작곡가들과 다른 점이다. 브람스는 그만큼 완벽주의자이고, 그게 또 제 캐릭터에 맞는거 같다.”
엘리잘데는 “요즘 솔로이스트 바이올리니스트가 피아니스트와 같이 협연하는 공연이 흔하지 않다”며 “이렇게 세계적 연주자인 사라 장이 피아니스트를 신뢰해서 정말 대등하게 연주할 수 있는 것은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크레디아 제공] |
둘은 줄리아드 동문이지만, 재학 당시에는 서로 모르고 지냈다고 한다. 엘리잘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라가 쇼스타코비치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그때 그녀가 정말 최고라고 생각했다”며 “긴 시간동안 함께 음악을 하면서 매번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다채롭게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라 장은 약 한 달 동안의 전국 순회 공연을 위해 복수의 악기와 활을 준비했다. 익히 알려진대로 그의 메인 바이올린은 1717년에 만들어진 ‘과르네리 델 제수’다. 여기에 곡에 맞춰 바꿔 쓸 활을 4대나 가져왔다.
“브람스 곡과 프로코피예프 곡에는 서로 다른 활을 써야 해요. 악기는 같아도 활 때문에 소리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과르넬리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손이 작은 편인데, 이 악기는 과르네리 중에서도 사이즈가 작고 허리가 가늘다. 나한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악기”라며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와 같아서 ‘이 악기는 추운 곳을 싫어하는구나’처럼 예민함을 알고, 그에 맞게 조절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1990년 9세 때 거장 주빈 메타가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하며 큰 주목을 받은 ‘신동’이었던 사라 장은 어느새 44살의 바이올린 여제가 됐다. 지난 30여년간 빈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사이먼 래틀, 구스타보 두다멜, 마리스 얀손스 등 거장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음악적 성과를 쌓아왔다. 그라모폰의 ‘올해의 젊은 음악가상’, 독일의 ‘에코 음반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