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40~1450원 저항선…外人 자금 유출 요인 될 수도”
단기간 하락 반전 쉽지 않은 환율…“신속한 민주주의 회복 중요”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4개월 연속 ‘팔자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4조원 넘는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다.
최근 계엄사태 이후 탄핵정국으로 강(强)달러 현상이 극심해지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연말까지 매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엎친 데 ‘비상계엄’ 덮친 격=1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11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상장주식 4조154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의 주식시장 순매도는 지난달까지 4개월째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7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세로 돌아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리아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의 강도가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로 인해 더 세질 지 주목하고 있다.
이상범 KB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3~6개월간 사태가 지속됐다”면서 “(원/달러 환율) 1440~1450원 내외가 강력한 저항 레벨로 형성됐다. 사태가 빠르게 수습될 기대가 낮아지고 있는 만큼 1390~1450원 내에서 원/달러 환율이 레벨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적 리스크가 직접적으로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고 환율에도 중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나, 외국인 자금 이탈 등 유동성 움직임을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발 국장 투자 심리 위축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착된 현 상황에서는 더더욱 정치적 리스크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가 표시돼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34.32포인트(5.19%) 내린 627.01로 마감했다. [연합] |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1~6월) 고(高)금리·강달러란 비우호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에 대해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 등의 분위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인 22조7981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7~12월) 들어선 17조5606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이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발생했던 지난 2020년 상반기(21조4566억원) 이후 9개 반기 만에 기록한 최대 순매도액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관세, 무역 분쟁, 보조금 축소 등 경제·통상 충격의 우려 탓에 국내 대표 산업군인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행렬이 이미 강력한 수준”이라며 “한국 경제가 향후 탄탄한 성장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침체 국면에 빠지는 등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베팅한 외국인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면 강달러 발 외국인 자금 이탈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간 하락 반전 쉽지 않은 환율…“신속한 민주주의 회복 중요”=일각에선 지난 7일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졌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이란 이유로 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 외국인 투자자의 투심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 탄력성을 믿었던 외국인으로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국내 증시에 환차손을 감수하면서까지 베팅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순매도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외국계 투자회사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투자사들은 내년도 신흥시장(EM)에 대한 투자 계획을 세우는 단계”라면서 “예상보다 더 낮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평가 속에,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한국 대신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면서도 펀더멘털이 더 탄탄한 인도, 대만 등 다른 EM의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할 지 여부를 저울질 중”이라고 강조했다
9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롯데백화점 인천점 앞 도로에서 열린 ‘내란주범 윤석열 즉각 체포! 윤석열 탄핵! 국민의힘 해체, 사회 대개혁 쟁취! 인천시민촛불’ 행사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
문제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반전을 단시일 내 기대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주원 연구원은 “12월 원/달러 환율 하락이 가능한 변수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완화적 기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 부양 기대감 유입으로 위안화 강세 연동 등이 꼽혀왔다”면서 “현재 상황에선 이런 변수들이 모두 나타나더라도 대내적인 불안 탓에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훼손된 가운데 중국의 부양기대감이 재차 형성될 경우 오히려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본이 중국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에 중장기적으로 큰 충격을 주지 않고, 해외 투자자들이 급격히 한국 시장에서 등을 돌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단기 수습’을 꼽는다. 정치적 갈등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조기에 수습하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나 각종 구조개혁 등 한국 경제에 매력을 더하는 정책들이 일관되게 추진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는 최대한 많은 해외투자자와 만나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여러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이 정권 등이 바뀔 때마다 사라지지 않고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