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강원도 원산 북쪽 호도반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쌍안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2019.7.25. [평양 조선중앙통신]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후 일주일째 접어들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거나 소식을 전혀 전하지 않고 있다. 이는 최근까지 윤 대통령 비난 성명을 하루도 빠짐없이 보도했던 것과 대조돼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오전 9시까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대내 매체와 조선중앙통신 등 대외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에 이은 해제, 탄핵소추안 발의와 대규모 윤 대통령 퇴진 집회 등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대남 비난 기사 자체가 자취를 감췄다. 특히 윤 대통령 비난 성명과 집회 관련 기사를 매일 실었던 노동신문은 비상계엄 선포 시점에 이미 편집이 끝났을 4일 자를 끝으로 남측 동향이 아예 지면에서 빠졌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북한은 2016년 10월 24일 JTBC의 이른바 ‘태블릿PC’ 보도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하자 사흘 뒤부터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을 활용해 최 씨의 국정 자료 유출 보도와 남한 여론 동향, 촛불집회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불필요하게 남한을 자극하지 않고 돌발 상황을 최대한 막겠다는 상황관리 의도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상황에서 굳이 남측과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 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10월 7일 김정은 국방종합대학 연설)라고 말하는 등 남북 ‘두 국가론’ 선언 후 의도적으로 남한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를 내비친 바 있다.
아울러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 상황을 주민들에게 전하는 것이 내부 통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최고지도자가 선포한 비상계엄이 국회와 대다수 국민의 반대로 해제되는 상황을 보도했다가 민심이 어디로 튈지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비상계엄과 탄핵 추진 관련 북한의 미보도는 체제 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향후 평양 무인기 사건이 우리 군의 침투라는 증거가 확산하면 김여정 담화 등을 통해 계엄, 탄핵 여론과 함께 대남비난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