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육필원고, 김소월 초판본…올 마지막 경매 장식하는 ‘한국문학’의 감동

박경리, 토지 제5부 육필원고 48권 일괄, 1926-2008. [서울옥션]


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만세! 사람들아! 만세다! 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팔을 번쩍 번쩍 쳐들며 눈물을 흘리다가는 소리내어 웃고 푸른 하늘에는 실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끝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그간 조연으로 비켜서 있었던 한국 근대문학 관련 희귀 자료가 올해 마지막 주요 미술품 경매의 주인공이 된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단의 토대를 만들고 이끈 작가들이 재조명 받으면서 실로 오랜 만에 한국의 근현대 문학의 뿌리가 경매 전면에 나선 것이다.

오는 17일 낮은 추정가 총액 약 70억원(137점)의 서울옥션 겨울 경매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에서 이정표가 될만한 작품들이 출품된다. ‘독립만세’와 ‘끝’라는 간결한 단어로 25년이라는 집필을 끝낸 박경리 작가의 ‘토지’ 5부 육필원고도 미술시장에 첫 출품됐다. 경매 시작가는 5억원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출품 배경에 대해 “한국의 근대기 문학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시린 배경을 바탕으로 가슴 저린 걸작들이 탄생한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매로 침체됐던 국내 미술시장이 이따금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소월, 진달래꽃, 1902-1934. [서울옥션]


대표 출품작으로는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김소월이 유일하게 펴낸 시집이자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진달래꽃’ 초판본(경매 시작가 1억8000만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한용운의 얼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님의 침묵’ 회동서관 초판본(1억원) ▷백석이 자비로 100부만 찍은 처음이자 유일한 한정판 시집이자 국내에서 7권 안팎만 전해지는 ‘사슴’(9000만원) ▷윤동주가 남긴 시를 모으고 엮은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초반본(1000만원) 등이다. 침묵의 시대에서 글로 용기를 낸 작가들의 발자취이자 오늘날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한국문학의 토대를 이루는 작품이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직후 안 의사를 심문한 일본 외교관 오노 모리에의 회고록도 출품돼 눈길을 끈다. 오노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의거 직후 안 의사를 체포해 사흘간 심문했다.

오노 모리에가 집필한 회고록. [서울옥션]


안중근 의사 관련 인화사진. [서울옥션]


14쪽 분량의 회고록에는 하얼빈 의거의 동기를 묻는 오노의 말에 “이토는 한국을 멸망시킨 역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안 의사의 서술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안 의사와 이토의 인물사진, 의거 당시 하얼빈 역의 풍경과 일본 고관들의 모습 등으로 구성된 유리건판 8장과 이를 인화한 사진 7점이 함께 나왔다. 회고록과 사진·유리건판이 한데 묶여 ‘안중근 의사 관련 자료’로 묶여 출품되는데, 경매 시작가는 10억원이다.

서울옥션은 이밖에도 조지 콘도가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에서 선보인 현대미술 작가 조지 콘도의 2004년작 ‘The Screaming Priest’(추정가 6억~9억원)을 출품한다.

다음주 18일 낮은 추정가 총액 약 63억원(101점)으로 진행되는 케이옥션 겨울 경매에는 야요이 쿠사마의 1호짜리 작품 ‘Pumpkin’(추정가 7억6000만~9억 원)이 출품된다. 최근 뉴욕 미술품 경매장에서 620만 달러(한화 약 86억7000만원)에 낙찰된 작품 ‘Comedian’의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도 나온다.

서울옥션 프리뷰는 17일까지, 경매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다. 케이옥션 프리뷰는 18일까지, 경매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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