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 없이 기습 회생 신청
회사 자산 가압류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10일 오전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한국피자헛의 회생 신청을 비판하며 210억원의 차액가맹금 반환을 명령한 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1985년, 서울 이태원에 1호점을 열고 운영을 시작한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들과 분쟁에 빠졌다. 수년간 가맹점주들 몰래 받아온 원재료값 일부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자 갑작스레 기업 회생 신청을 한 것. 가맹점주들은 210억원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회생제도를 악용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10일 오전 서울회생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자헛의 회생 절차는 경영 정상화가 아닌 법적 책임 회피 시도”라며 “판결 이행을 지연시키기 위해 가맹본부가 회생 절차를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공정거래위원회 등록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을 적게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상품 원재료, 부재료 등을 공급하면서 마진을 붙여서 파는 것을 말한다.
한국 피자헛은 수년간 국내 가맹점주들과 ‘협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붙여 원료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주들은 매달 고정 수수료(총 수입의 6%)와 광고비(총 수입의 5%) 등을 본부에 지급하는데, 영업에 필요한 원자재에까지 마진을 붙여 이득을 취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210억원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한다. 가집행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가집행이란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패소한 소송 당사자의 재산을 확보하는 절차를 말한다. 통장 압류, 부동산 경매 등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발생한 채무를 변제하기 않기 위해 항소·상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자 한국피자헛은 지난 11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이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면서 가맹점주들은 가집행을 할 수 없게 됐다. 이를 두고 가맹점주들이 “210억원을 주지 않기 위해 회생을 악용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가맹점주들은 “2심에 불복해 대법원 판단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탁을 하면 된다”며 “하지만 본사는 공탁은 하지 않고 단순히 가집행으로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하면서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가맹점주측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2심 선고 이후 가집행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면서 한국피자헛에 210억원 상당의 현금 및 보증보험증권 공탁을 명령했다. 상고심에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법원에 210억원을 일단 맡겨두라는 취지다. 하지만 한국피자헛은 공탁금을 내지 않고 돌연 회생 신청을 했다. 가맹점주들은 한국피자헛이 210억원을 돌려줄 의사가 사실상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창수 가맹점주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확정되더라도 점주들에 대한 지급 대책은 없을 것이다. 당장 지급을 유예하기 위해 회생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며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급 회피 의도로 회생 신청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점주들을 대리한 현민석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차액가맹금은 단순한 유통 마진이 아니라 가맹사업법상 별도로 규정된 가맹금”이라며 “가맹본부가 가맹점으로부터 합의 없이 수취한 차액가맹금은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당이득으로 이를 지급한 가맹점주에게 반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