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이틀 전 ‘간부 대기’ 명령
“B1벙커 구금시설 있는지 확인하라 지시”
계엄 성공시 전두환 맡았던 합수부장 보직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왼쪽)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용 국정원장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오상현 기자] ‘충암파’ 여인형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여 사령관이 ‘서울의 밤’ 며칠 전부터 비상계엄을 인지하고 관련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여 사령관의 직무정지 뒤 방첩사령관 직무대리로 지정된 이경민(육군 소장) 방첩사 참모장은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여 사령관이 1일 휴가 후 돌아와서 북한 도발 임박을 빌미로 대령급 실장들에게 통신상으로 지시 대기를 내렸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참모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전에도 “3일 오전 일단 제가 받은 지시는 ‘북한 오물·쓰레기 풍선 상황이 심각하다. 각 처·실장들은 음주자제하고 통신축선상 대기를 철저히 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12·3 비상계엄 위헌·위법 논란에 있어서 핵심쟁점인 계엄군의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입 및 전산실 서버 확보 시도 역시 여 사령관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정성우(육군 준장 진) 방첩사 1처장은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선관위 서버를 복사하고 통째로 들고 나오라는 지시는 누가 내린 것이냐’는 질의에 “여 사령관께서 저에게 구두로 지시했다. 확실하다”고 답변했다.
정 처장은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4일 새벽 1~2께 방첩사 법무관에게 선관위 서버 복사가 적법한지, 복사가 안되면 통째로 들고 나와도 되는지, 서버를 복사 또는 확보한 경우 법원이 위법소지 증거로 판단할 수 있는 지 등을 물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변했다.
여 사령관은 정치인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구금 지시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우(해군 준장) 방첩사 수사단장은 “구금 시설 및 체포와 관련된 지시는 제가 여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단장은 구금시설에 대해서는 “처음 지시받기로는 B1 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받았다”고 밝혔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지휘통제 벙커인 B1 벙커는 한반도 유사시 국군의 전쟁 지휘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앞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여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체포 대상자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 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그리고 권순일 전대법관 등이었다.
다만 방첩사는 여 사령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선관위 서버 복사나 확보에 있어서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이와 관련 정 처장은 법원이 위법수집 증거로 볼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고, 함께 논의한 법무관 7명이 선관위 서버 복사나 확보에 강력히 반대했다고 말했다.
여 사령관은 검찰이 내란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충암고 후배인 ‘충암파’로 12·3 비상계엄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만약 12·3 비상계엄이 성공했을 경우 1979년 10·26사태를 계기로 한 비상계엄 당시 전두환 국군 보안사령관이 맡았던 계엄사령부 내 핵심보직인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여 사령관은 전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방첩사는 기무사 해체 트라우마로 부대원 모두가 계엄령에 매우 민감하다”면서 “만약 사령관이 미리 알고 준비했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모두 노출된다”며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