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로만 외주용역을 줬다가 적발된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5사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대신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5개사의 동의의결 신청을 심의한 결과 해당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 |
동의의결은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원상회복과 피해구제 등 스스로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하고 그 타당성이 인정되면, 공정위가 위법행위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5개사가 외주업체에 음반·굿즈 등 제조, 영상·콘텐츠·공연 등 용역을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고 구두로 계약한 관행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었다. 이들 5개사는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기 전인 올해 4∼5월 외주업체와 상생하겠다며 자발적으로 공정위에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했다.
이들은 ▷표준계약서·가계약서 작성·배포 ▷전자서명을 통한 계약체결과 전자적 계약관리시스템 구축 ▷하도급거래 가이드 홈페이지 게시 및 내부 직원 대상 교육 ▷각 2억 원(총 1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자금 출연 등 재발방지·피해구제 상생안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사건의 성격과 하도급거래질서 확립 및 수급사업자 보호 효과, 시정방안의 이행 비용과 예상되는 제재 수준 간 균형 등을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7월 하도급법에 동의의결 제도가 도입된 후 제조·용역 하도급 분야에 최초로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된 사례다.
이번 심의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시정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진 않았다. 상생안을 구체화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한 뒤 이해관계자와 검찰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공정위 소회의에 상정해 인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기각되면 제재 절차로 돌아갈 수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계약 내용이 사전에 확정되기 어렵고 수시로 변경되는 특성 탓에 사전에 계약서를 발급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아 수급사업자로서는 계약이 변경·해지되더라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힘든 구조였다”며 “서면 발급 관행을 일시에 개선한다면 ‘계약서 없이 일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