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 더 비싸진다…원두, 47년 만에 최고가

아라비카 원두 파운드당 3.44달러 치솟아

저가 로부스타 가격도 전년比 80% 폭등

세계 최대 생산국 브라질 작황 부진 여파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파엘에서 커피 원두가 기계에서 움직이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브라질과 베트남의 기후 위기로 커피 원두 가격이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뉴욕 시장에서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3.44 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34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1977년 4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인 3.38달러를 넘어선 가장 높은 가격이다. 당시 브라질 농가 대부분이 폭설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원두 가격은 최근 세계 최대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 지역의 공급 우려가 확산하면서 35%가량 급등했다. 지난 10월 14일 파운드당 2.47달러로 2.4달러대를 유지하던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10월부터 급등해 이날 3.3달러대로 올라섰다.

가격 상승의 원인은 올 여름 무더위로 브라질의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올해 40년 만에 최악의 물 부족 사태에 시달리면서 커피 수확에 직격탄을 맞았다. 로이터는 10월부터 가뭄이 일부 해소되긴 했지만 토양 내 수분 부족으로 커피나무 재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컨설팅회사 스톤엑스는 내년 아라비카 원두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에서도 내년 9월까지 연간 커피 수확량이 최대 10%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한 글로벌 커피 거래업체인 볼카페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2026년 브라질의 아라비카 커피 생산량을 3400만포대로 예상했다. 지난 9월 전망치인 4541만포대보다 대폭 하향 조정한 수치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AFP]

고급 커피에 쓰이는 아라비카에 비해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커피나 저가 커피에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도 크게 올랐다. 베트남 로부스타 가격은 폭우여파로 이미 지난달 자체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런던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로부스타 원두는 5547.5달러를 달성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런던거래소에서는 3월 인도분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5218달러로 마감해 1년 전 가격(2825달러) 보다 약 80% 넘게 상승했다.

커피 원두가격이 급등하면서 커피 생산업체들은 비상에 걸렸다. 던킨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식품기업 JM 스머커 최고경영자(CEO) 마크 스머커는 “비용 절감을 하거나 거래량을 줄이는 등 이용 가능한 수단을 계속 동원할 것”이라며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을 너무 많이 올리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가격을 크게 올린 업체들도 고심에 빠졌다. 네슬레의 경우 올해 초 가격을 올렸다가 매출이 부진해 시장 점유율이 감소해 CEO가 해임된 바 있다.

네슬레의 한 고위 임원은 지난달 관련 행사에서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커피 가격을 올리고 포장 용량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대형 커피 제조업체들은 이미 올해 커피 가격을 인상했다”며 “경영진은 고객을 외면하지 않고 얼마나 더 가격을 올릴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