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 대형화 시 전력손실 문제 해결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에너지연구원 연구진. 신지향(왼쪽부터)·양규현 학생연구원, 좌은진·정윤철 박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좌은진 박사 연구진이 폐기물 속 미생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바이오 전해전지의 핵심 부품을 개선, 기존 공정의 전력 손실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 대형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바이오가스는 유기성 폐기물의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가스다. 이를 고온에서 수증기와 반응시키거나 열분해하면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탄소중립 유망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고온 환경 유지를 위한 에너지 소모가 커 상용화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최근 미국, 유럽 등 해외 선도국에서는 바이오 전해전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 공정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바이오 전해전지에 폐기물과 전기를 공급하면 미생물이 유기물을 섭취할 때 발생하는 전자와 수소이온이 결합해 수소 기체가 생산되는 원리다.
바이오 전해전지 공정은 기존 공정과 달리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저온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어 환경과 비용면에서 모두 유리하다. 하지만 공정의 대형화가 진행될수록 전기화학 반응 물질의 이동 경로가 늘어나고 저항이 증가하기 때문에 전력 손실이 커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기존 바이오 전해전지 전력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전지의 기본 단위인 셀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개선하고 수소 생산 공정에 적용했다. 개발된 셀이 적용된 공정은 기존 바이오 전해전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 공정에 비해 1.2배 높은 수소 생산성과 1.8배 이상 높은 전자 생산성을 나타냈다.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 전해전지 셀에는 연구진이 독자 개발한 새로운 구조의 제로갭(Zero-gap) 기술이 적용됐다. 제로갭은 전지를 구성하는 전극과 분리막의 간격을 최소화해 전기 저항을 줄이고 반응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존의 제로갭 구조는 단순히 전극과 막을 샌드위치처럼 쌓아 밀착시키는 형태로 구성돼 있어 공정의 대형화 시에는 압력의 불균형이 일어나 전극과 막 사이에 작은 틈이 발생한다. 이는 부분적인 효율 저하를 일으키고 저항이 다시 증가하는 원인이 된다.
기존 구조가 적용된 셀과 개발한 구조가 적용된 셀.[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
연구진이 개발한 제로갭 구조에는 원통형의 뚜껑이 존재하고 뚜껑이 닫히면서 발생하는 압력이 전극 뒷면을 균일하게 밀어내 전극과 분리막을 완전히 밀착시킬 수 있다. 이는 공정의 대형화 시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바이오 전해전지의 상용화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개발한 바이오 전해전지 셀을 수소 생산 공정에 적용해 기존 공정 대비 1.8배 많은 전자를 생산하고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수소의 양을 1.2배 늘리는 데 성공했다. 대형화의 전단계인 파일럿 규모 실험에서도 동일한 성능을 유지했으며, 이를 통해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공인인증을 획득하고 효과성을 입증했다.
좌은진 박사는 “이번 기술 개발은 국내 유기성 폐자원 처리의 환경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를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라며 “개발된 고성능 바이오 전해전지 셀이 상용화되면 탄소중립과 수소 사회로의 전환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더 토탈 엔바이러먼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