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도 한 달새 44.7% 급등
‘가성비’ 상품 불티…소비위축 심화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연중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지만, 정국 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치솟는 먹거리 물가 역시 당분간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유제품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6% 오른 139.9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기 값 100으로 삼아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FAO는 버터 가격이 수요 증가와 재고 감소로 인해 14개월 연속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찍은 데다, 치즈 가격도 수급 불균형으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초콜릿의 주요 원료인 코코아 가격도 심상찮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1만557달러로, 한 달 전(7298달러)보다 44.7% 뛰었다. 12월 평균 가격은 9740.7달러다. 지난해 동월(4297.6달러) 대비 126.7% 상승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내년까지 원자재 가격 하락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의 원가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당장 가격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내년까지 비슷한 추이를 이어진다면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길어지는 고물가에 최근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며 소비심리가 급랭하자 업계에서도 곡소리가 나온다. 원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갑을 닫으려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위축된 소비심리의 단면이다.
1만원 이하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신세계푸드는 인기 캐릭터 ‘몰티즈 앤 리트리버’와 협업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9980원에 출시했다. 3년 연속 동일한 가격이다. 원자재값 상승 부담은 있지만 연초부터 수입 물량을 확보하고, 소비심리 상승을 위해 합리적 가격에 출시했다는 설명이다. 9980원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지난 2일 출시한 이후 일주일 만에 5000개 판매됐다. 기업체 및 단체주문이 지난해 대비 20% 늘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지속되는 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케이크 가격에 부담을 갖는 고객들이 꾸준히 구입하고 있다”며 “송년회를 축소하거나 선물로 대체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으로 단체주문도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GS25의 크리스마스 미니케이크는 최근 2주간(11월 28일~12월 11일)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배(196.9%) 증가했다. 고물가 등 여파로 가성비를 챙길 수 있는 미니케이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CU가 이달 크리스마스를 맞아 내놓는 미니케이크 3종은 6900~7500원의 저렴한 가격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 매출이 전년 대비 24.5% 증가하자, 고물가 시대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연말 파티 분위기를 내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미니케이크 상품을 기획했다.
백화점 업계에서도 유명 베이커리와 협업한 ‘가성비 케이크’를 내놓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1층에서 31일까지 ‘원더풀 크리스마스 케이크 하우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달항아리 케이크로 인기를 끈 이은아 파티시에의 디저트 브랜드 ‘우나스’와 협업한 ‘해피 베어 케이크’는 신라호텔의 ‘더 신라 베어즈 위스퍼 케이크(30만원)’과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4만9000원 가격으로 출시됐다. 사전 예약 주문 오픈 1분 만에 500건이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디저트뿐만 아니라 각종 식품 원재료 값이 상승하면서 부담이 계속 늘고 있다”며 “통상 연말이 대목으로 불리지만 올해는 (소비 확대 폭이) 크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신현주·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