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전 대표 “김범수 SM엔터 ‘가져와라’ 지시 안 해”

SM 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지시·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SM엔터테인먼트(SM) 시세조종 혐의 재판에서 핵심 증인이 “김 위원장은 ‘가져와라’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과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는 변호인 측의 질문에 “‘가져와라’는 말은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언어”라며 “김 위원장은 사적인 인간관계에서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권위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적으로 가져와’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도 없고, 카카오의 임원들의 아이큐(IQ)가 100 이하가 아닌 이상 이러한 말을 컨센서스(합의)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만약, 김 위원장이 이러한 말을 했다면 임원들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15일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평화적으로 가져오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하이브와 표면적으로 갈등하지 않으면서 SM엔터를 인수하라고 지시했다는 의미다.

또한, 카카오가 SM엔터 인수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가 지난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를 받을 때부터 SM엔터 인수를 고려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부인한 것이다.

이 각자대표는 “PIF, GIC로부터 카카오엔터 투자를 받을 때 인수 1순위는 픽코마, 2순위는 카카오게임즈였고 SM엔터는 3순위였다”며 “당시는 카카오가 (문어발 경영 등으로 지적을 받아) 계열사를 늘리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2월 24일 하이브가 SM엔터와 카카오가 맺은 전환사채 인수계약이 주주이익을 훼손한다고 ‘도발’하자 SM엔터와의 사업 협력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기존의 평화적 입장에서 선회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카카오가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추진한다는 낙인을 견디기 힘들었다”며 “카카오의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으니 SM엔터라도 인수해 글로벌 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대항 공개매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각자대표는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도 김 위원장이 SM엔터 인수를 탐탁지 않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SM엔터 인수에 대해 회사의 미래 성장을 너무 쉽게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며 “이에 감정적으로 속이 상해서 ‘(인수가) 절실하다’고 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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