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담화의 ‘사실관계 및 판례·다수설이라고 주장한 부분’ 쟁점
정치인 체포·구금 계획은 일절 언급안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향후 탄핵심판의 쟁점에 이목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①발언 내용의 사실관계 ②판례 및 다수설이라고 주장한 부분이 주요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이 낸 대국민 담화문은 사실상 윤 대통령의 첫번째 변론으로 읽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최근 “내가 나를 직접 변호하겠다. 변론 요지서 한번 써보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드러냈다고 한다. 그의 담화에서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말로 대변되듯, 윤 대통령이 내란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있어 향후 특검수사와 탄핵심판의 주요 변수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 담화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며 이것이 다수설이자 판례”라며 “(이를)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여러 헌법학자와 법률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 헌법과 법체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이른바 통치행위론이다.
결론적으로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계엄조치를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본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과거 박정희의 유신헌법에 근거한 긴급조치권 행사에 대해 당시 법원은 이를 통치행위로 보고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지만,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의 1980년 5·17 비상계엄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 등 1997년 이후 판례들은 일관적으로 통치행위라도 국헌문란 목적이 있다면 사법부 심사대상이 된다고 변경한 지 오래다.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여러 헌법학자와 법률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 헌법과 법체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는 주장은 현시점에서는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과거에 법을 공부했던 버전으로 기억하고 있거나, 통치행위로 보는 것이 판례라고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쓴 것 아니냐(통치행위로 보더라도 사법심사 대상이라는 게 판례)”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보면 윤 대통령도 ‘통치행위를 내란행위로 보지 않는 것’에 대해선 다수설·판례라고 하지 않고 ‘여러 헌법학자의 의견’이라고만 했다. 더욱이 이번 계엄선포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 통보하지 않은 계엄선포는 절차적·실체적으로 무효이기 때문에 통치행위라고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관계에 있어서는 윤 대통령이 다른 내란행위 가담자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된 정치인 체포와 구금 계획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맹점으로 지목된다. 검찰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세 명을 최우선으로 체포하라고 지시했다고 파악했으나, 관련내용이나 이를 부정하는 얘기는 담화에 전혀 담기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 측은 ▷계엄군 투입이 질서유지 목적이었다는 점 ▷야당의 국헌문란 상황에서 계엄 외 수단이 없었다는 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 미비가 계엄 목적 중 하나였다는 점 등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 부분도 윤 대통령 본인주장 외에 객관적 근거는 빈약하다. 국회 계엄군이 당초 국회의원 진입을 통제하기 위해 투입돼 담장을 넘어간 의원들이 다수 있는 상황이며, 선관위는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인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잇따른 탄핵과 예산삭감에 대응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에 대해 거의 모든 학자들은 “헌법77조에서 말하는 계엄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가”라고 되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