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 유예 검토…은행RP 유동성 인정도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상승 등에 따라 은행권의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졌지만,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경기대응완충자본 등의 규제는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은 늦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현재 추진 중인 은행권 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에 LCR과 경기대응완충자본 등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당 규제까지 완화하기에는 국내 은행들의 관리 여력이 충분하다고 당국이 판단하고 있어서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LCR 규제를)손댈 정도로 우리나라 은행 상황이 어렵지 않다.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며 “(규제)변동 사항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CR이란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다. 30일간의 잠재적 유동성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이때 즉히 현금화할 수 있는 고(高)유동성 자산을 수치화한 것이다.
당국은 현행 LCR 기준을 97.5%로 설정한 상태다.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30일간 순현금유출액이 100만원이라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97만5000원의 즉시 현금화 가능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당국은 이 기준을 내년에 100%로 올릴 예정이다.
외화 LCR은 외화 유출에 대한 유동성 규제다. 마찬가지로 30일간 외화순현금유출액 대비 외화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뜻한다. 외화 LCR에 대한 현재 기준은 80%다.
당국에서는 현재 은행권의 LCR 관리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외화 LCR은 최소 122.7%, 최대 160.7%였다. 기준보다 1.5배~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LCR은 100% 초반으로 모두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장기적으로 달러 이탈이 가속화하면 LCR이나 외화 LCR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은행권에서 요구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수준 완화도 반영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신용 팽창기 은행이 자본을 일정 정도 추가로 적립하게 하고, 신용 경색이 발생할 때 이 기준을 낮춰 은행이 비축한 자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당국은 지난 5월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1%로 높였다. 이에 대해 당국 고위 관계자는 “(경기대응완충자본은)이미 도입됐기 때문에 손댈 수 있는 게 아니”라며 “그 부분(완화)까지 고민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당국은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을 늦춰 완충자본 적립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는 스트레스 테스트(위기상황 분석) 결과와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수준에 따라 기존 최저자본 규제 비율에 더해 최대 2.5%포인트까지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다. 금융당국은 연말부터 17개 국내은행과 8개 은행지주회사에 스트레스완충자본 적립을 의무화할 계획이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6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시기 등 시장안정을 위한 금융업권 건의사항은 신속히 검토해 이번 주 중 가능한 조치부터 조속히 발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은 은행이 매입한 RP(환매조건부채권)를 유동성으로 인정해 주는 등 여러 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