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AI發 금융 안정성 우려도 “쏠림현상 생길 수 있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전세계 제조업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AI)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생산과 정보통신(IT) 인프라가 갖춰진 우리나라가 저성장에서 벗어날 길은 AI에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동시에 AI로 획일화 된 의사결정 모형이 금융시장 내 ‘쏠림현상(Herding behavior)’을 초래해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한은에서 열린 ‘AI, 금융, 중앙은행 : 기회, 도전과제 및 정책적 대응’ 컨퍼런스에서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제조업 경쟁 심화 속에서, AI 기반 IT 서비스 수출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이 AI 경쟁에서 성공할 수 이유를 ‘생산’과 ‘응용’ 측면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생산 측면에선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이유로 꼽혔다.
이 총재는 “AI 반도체 설계 및 파운드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해온 한국 반도체 기업에 도전 과제가 될 수도 있지만, 성공적으로 대응한다면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용 측면에선 “세계적으로 앞선 IT 인프라와 IT에 능숙한 젊은 세대를 보유한 한국은 AI를 기반으로 의료, 바이오테크, 로보틱스 등 새로운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란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단 점도 장점으로 분류됐다. 그는 “한국은 ‘주권 AI(sovereign AI)’를 개발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한국의 주요 IT 기업들은 한국어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개발하고, 현지 사용자에 맞춘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동시에 AI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회사, 중앙은행의 AI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모형 간 유사성이 동일한 의사결정을 초래하여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쏠림현상’ 등은 금융 안정성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책당국은 AI를 활용한 금융 혁신을 적극 촉진하는 동시에, AI로 인한 잠재적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권 AI의 안전하고 윤리적인 활용을 위한 원칙을 논의하고 있다”며 “AI의 보조 수단성을 명확히 하며, AI를 개발·활용할 경우에는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는 한은이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위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자리에는 이 총재, 김 부위원장, 신현송 BIS 조사국장을 비롯해 국내외 AI 분야의 학자,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