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윤 고용부 보건본부장 강연
“안전의식 부주의가 잇단 사고 초래
사업장 자체 위험발굴·개선 중요”
김종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18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 12월 초청강연에 연사로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조금만 예방에 신경을 썼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가 과반을 차지합니다. 이에 정부는 처벌이 아닌 예방에 중점을 맞춘 정책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예방 체계를 구축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김종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1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대륙아주 공동 주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주요 정책추진 현황’을 주제로 강연한 김 본부장은 산업안전 보건정책과 더불어 산업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고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 방안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본부장은 먼저 우리나라에서 매년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 사망자 현황 등을 소개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대재해 사고 사망자 수는 81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의 사고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고사망자 비율)은 0.39명으로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3위로 나타났다. 2014년 이후 8년 동안 0.4~0.5 수준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0.3대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독일(0.07)과 영국(0.08), 일본(0.15) 등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사고 발생 빈도가 높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계속되는 원인으로 ▷기업 자율 예방 체계 형성 미흡 ▷현장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법령·감독·행정 ▷미성숙한 안전의식·문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일로만 인식하는 산업현장 분위기 등을 꼽았다.
김 본부장은 정부의 주요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소개하면서 “지난해 발생한 중대재해 가운데 추락·끼임·부딪힘에 따른 사고가 전체의 54.6%를 차지했는데 대부분 사고 발생 원인을 진단하고, 예방 노력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재해사고였다”며 “산업안전보건 정책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상대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역량 향상을 위해 컨설팅과 기술·장비 지원 등 업종 및 규모별 맞춤형 기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업종별 업무협약 및 안전보건포럼 등을 통한 현장 중심 안전 캠페인도 지속해서 추진하고, 중대재해 예방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올해(1~9월) 중대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수(443명)는 전년 동기(459명) 대비 16명(3.5%) 줄었다.
김 본부장은 “사업장이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 개선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위험성평가 특화점검을 확대하고, 전문건설업체와 1대1 안전멘토링을 지원하는 등 자율규율 예방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6월 경기도 화성의 리튬배터리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를 예시로 들면서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 예방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화재 발생 초기 대피만 신속하게 했더라도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라며 “특히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에서 온 파견 근로자라는 점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화성 화재사고 이후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체계 구축을 위한 재정지원 등을 골자로 한 안전 대책(8월)을 발표하고, 범정부 ‘전지 공장화재 재발 방지 TF’를 구성(9월)했다”라며 “이 외에도 위험성평가 인정사업 등 정부 지원사업을 정비하고, 기업 우수사례 발굴 및 확산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례와 관련 그간 법원의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반복적 사고나 구조적 문제를 방치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며 “중대재해 사고 발생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사업장(사업주)과 근로자 모두가 스스로 예방 노력을 기울이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