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의 가격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고가 상품보다 더 많은 가격 상승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저렴한 상품을 주로 소비하는 서민층의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 마트 채소·과일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저가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급격하게 오르는 ‘칩플레이션(cheapflation)’ 현상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고물가 시기 저렴한 상품을 소비하는 취약계층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가중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은행은 18일 ‘BOK 이슈노트: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보고서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3000여개 조사 대상 판매점의 판매 기록을 저장한 ‘스캐너 데이터’를 이용해 가공식품 상품의 가격 분위별 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1분위 저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16.4%에 달한 반면, 4분위 고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5.6%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칩플레이션은 가계 소득계층 간에 체감 물가(실효 물가)의 격차를 벌려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심화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2019년 4분기~2023년 3분기 중 하위 20% 저소득층의 실효 물가 누적 상승률은 13.0%에 달해 상위 20% 고소득층(11.7%)보다 1.3%포인트 높았다.
칩플레이션 원인으로는 수입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지목했다. 저가 상품에는 국내산 재료보다 수입 원자재가 많이 사용되는데, 팬데믹 이후 수입 제조용 원재료의 국내 공급 물가가 국내 생산·출하 원재료보다 더 크게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저가 상품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있었다.
연구팀은 “저소득층이 더 고통받는 칩플레이션은 물가 급등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통화정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결국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