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환율 최고치…국민연금 첫 10% 환헤지 나서나

비상계엄 여파 정치 리스크에 과도한 불안
“환율 너무 높다” 판단 전략적 환헤지 검토
환헤지 비율 높이면 결과적 환율 안정효과
단기적이지만 유효 해법 ‘궁여지책’ 지적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뉴시스]


국민연금이 최대 5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적 ‘전략적 환헤지 10%’ 실행을 검토하는 이유는 환율이 과도하게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등 불안심리에 따른 단기 요인으로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판단을 하게되면 국민연금 입장에선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 안정을 되찾으면 환율은 다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와 명분은 결국 수익의 극대화지만 현재 1440원 수준까지 위협된 고환율을 가라앉힐수 있다는 점에서 외환시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실행하면 결과적으로 환율 하향안정 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국민연금이 가진 해외자산의 크기가 4855억달러 수준에 달해 환헤지 비율 확대가 유의미한 수준의 달러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환율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외환당국 입장에선 반길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까지 공언한 만큼 환헤지 비율을 높이기 위해 외환스와프 증액이 필요할 경우 당국도 적극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단기적인 해법으로 당장 상향된 비율(전술적 환헤지 5%+전략적 환헤지 10%)을 실제 환헤지에 적용하고, 외환스와프 증액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환율이 너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환율은 계엄 직후 한 때 1442.0원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143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0.1원 오른 1439원에 개장했다. 전날 주간종가도 1438.9원으로 지난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약 2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는데, 이날에도 상승 시작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지난 3일 밤 비상 계엄 사태가 터진 직후 장중 1442.0원까지 뛰었다. 이후에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환율은 좀처럼 하향 안정되지 못한 채 1430원대에서 머물렀고, 이날은 1440원대까지 다시 위협했다.


국민연금이 현재 높아진 환율 상승 요인을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따라 전략적 환헤지 적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환율이 원화의 펀더멘탈(기초체력) 측면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단기 불확실성에 기댔다면 과도한 수준까지 오른 것일 수 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확대 적용한다면 그 근거는 여기서 시작된다. 환율이 중·장기적으로는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베팅하는 것이다. 선물환에서 매도 포지션을 잡을 수도 있고, 달러를 실제로 팔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환율엔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

상향된 환헤지 비율이 실제 적용되면 외환당국은 외환스와프 규모를 증액해주는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달러 매도 수요가 높아진 국민연금에 외환당국이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모양새다. 앞서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규모를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상향했다.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이미 연장은 가닥이 잡혔고, 증액 규모를 재단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단기적 방향에서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규모를 확대하면 외환보유고를 크게 낮추지 않고서도 환율 안정화를 할 수 있고 나중에 환율이 안정화됐을 때 원화 외평채로 달러를 사서 갚을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측면에서 환율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효한 방법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정식 교수는 “결국 달러를 한은이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외환보유고가 단기적이긴 하나 줄어들 수 있고, 또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환율이 계속 오르게 되면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국은행 달러 자산을 처분하는 것이 정공법일 수 있으나, 그렇게 되면 외환보유액이 너무 줄어드니 일시적으로 외환스와프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태화·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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