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한파’에 백화점 실적 먹구름…SPA만 웃었다

백화점 영업익 현대 11%·롯데 8%·신세계 5%↓
SPA 브랜드 매출은 상승세…유니클로는 연 1조
고물가에 탄핵 판결까지 앞둬…“매출 유지라도”


지난 9월 서울 잠실에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 유니클로 매장. 사진 내 영상은 잠실의 계절을 담아 특별히 제작된 것이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내 3대 백화점(신세계·현대·롯데)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기조에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가 날개를 단 반면, 백화점은 매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 매출을 뒷받침하던 명품 소비까지 주춤하면서 내년 실적 방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백화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 안팎의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이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롯데백화점은 8%, 신세계백화점은 5% 감소했다.

매출은 롯데백화점(7553억)·신세계백화점(6196억)·현대백화점(5683억) 순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고, 현대백화점도 2.1% 줄었다. 유일하게 매출이 늘어난 신세계백화점도 증가폭은 2.5%에 그쳤다.

업계는 매출 비중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패션 카테고리 판매가 부진했던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9월까지 한여름 수준의 날씨가 이어졌고, 11월 말까지 영하권 날씨를 거의 볼 수 없었다”며 “패딩, 코트 등 고가의 패션 상품이 팔려야 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매출에서 20%대 비중을 차지하는 명품도 매출 신장률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신세계백화점의 전년 동기 대비 명품 매출 신장률은 올해 1분기 10.1%였다가 2분기 7.8%, 3분기 6.6%로 꺾였다. 롯데백화점도 10%(1분기)→5%(2분기)→5%(3분기)로 하락세였다. 현대백화점은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였지만, 11.3%(1분기)→12.3%(2분기)→11.6%(3분기)로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연합]


문제는 고물가, 정국 혼란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의 장기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7이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12월엔 94.3까지 떨어졌다. 이듬해 1월에는 93.3까지 내려갔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소비자들의 경기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해석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작년까지 ‘보복소비’ 트렌드가 있었지만, 요즘 명품은 ‘살 사람만 산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정치권 분위기도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했다.

지갑을 닫은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계는 각종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은 업계 특성상 식품과 일부 뷰티 상품을 제외하면 관련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백화점 판매 담당자는 “매출을 끌어올리기보다 일단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백화점의 공통된 시각”이라며 “내년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PA 브랜드의 영업 실적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합리적 가격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트렌드의 영향이다.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최근 1년간 매출액(2023년 9월~2024년 8월)은 1조6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220억원보다 약 15% 증가한 실적이다. 국내 SPA 대표 브랜드인 탑텐의 올해 연 매출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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