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축소하다가 비상계엄 이후 확대
한은 금리인하 늦춰질 가능성 제기도 악재
김병환 “자금조달 우려 불식 방안 찾겠다”
올해 들어 축소 흐름을 보여 왔던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확대되는 모양새다. 당장 내년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27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신용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회사채 금리 부담이 심화할 경우 투자 심리 위축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기업이 원자재 수입 및 투자 관련 자금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언급하며 강(强)달러 압력이 커진 것은 물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도 악재다.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물 회사채(신용등급 AA-)와 국고채의 금리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18일 기준 66.7bp(1bp=0.01%포인트)로 지난 3일(58.4bp) 대비 8.3bp 상승했다. 이는 올해 2월 말과 유사한 수준으로 50bp 선인 장기 평균도 상회한다. 같은 기간 BBB-등급 회사채 3년물과 국고채 3년물 간의 스프레드도 6.5bp 상승했다.
올 초부터 금리 인하 기대, 신용위험 축소 등으로 줄었던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비상계엄 선포·해제를 기점으로 다시 확대된 것이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기업이 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의 유동성 공급 계획 발표 등 즉각적인 정책 대응 효과로 증가 폭이 크진 않았으나 시장의 우려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국고채 지표물 교체로 국고채 금리가 하락한 영향도 있다.
회사채 투자심리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지만 경제 하방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혼란으로 투자심리까지 위축되면 시장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우량채의 경우 시장 변동성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와 관련 “단기금융, 회사채 등 직간접 금융시장 어느 한 곳에서라도 중대한 신용 위험(크레딧 이벤트)이 발생한다면 하강 국면에 있는 경제환경과 취약한 투자자 심리가 결합돼 자본시장에 상당한 트리거(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내년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은 특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통상 회사채 시장은 연초 풍부한 기관 자금이 몰리면서 자금 조달이 활발히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올해 회사채 발행이 많았던 만큼 차환 목적의 재발행 수요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투협회 채권정보센터 집계에 따르면 당장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만 6800억원 수준이고 내년 1분기에도 26조6175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채권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 시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채권·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등을 가동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은 지난달 말 기준 27조원 이상 남아 있으며 내년 초에는 공급 가능 재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이날 오전 기업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기업의 최근 자금 상황을 살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내외 여건으로 인해 기업의 자금조달 상황이 어려워진다는 일부 우려가 있다”면서 정책금융기관·시중은행과 함께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정치 상황에도 기업자금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금리·환율 등의 거시 환경이 기업에 비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우량 중견기업의 회사채 직접 발행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을 통해 2%대 국고채 수준의 반도체 저리대출 공급을 본격화하는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