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구성에 애로 겪는 듯… “선임 중”
출석거부·수령거부… 헌재 “송달 간주” 검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이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수사당국의 출석 요구는 문서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관저 압수수색은 경호처가 가로막았다. 헌법재판소가 보낸 서류들은 발송·반송이 반복되고 있다. 당초 27일로 잡혀있는 헌재의 첫 변론준비기일은 해를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복 출석요구’를 문제 삼던 윤 대통령 측은, 돌연 ‘변호인단 구성’이 아직 덜끝났다고 했다. ‘내란이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그대로임이 재확인 됐다.
윤 대통령측 변호를 맡은 석동현 변호사는 19일 오후 서울 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건강은 어떠냐’는 한 유튜버의 질문에 “건강하십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석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일정을 일부러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최적의 변호인단을 구성하려고 여러가지 생각하고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서류를 받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그는 “제 입장을 말씀 드리는 자리는 아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강수를 둔 윤 대통령이 송사에 휘말린 것은 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부터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경우가 아니라면 수사·재판을 받지 않을 수 있으나, ‘비상계엄 선포’의 경우 내란에 해당한다는 것이 야당측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후 2주일이 넘도록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 구성을 완료치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라고 밝힌 바 있는 김홍일 변호사가 변호인단 단장을 맡았고, 대구고검장 출신인 윤갑근 변호사 등이 현재까지 변호인단 합류 의사를 밝힌 인물 전부다.
헌재 재판에다 수사기관들까지 잇따라 내란죄 수사에 달려들면서 법률 대응에 필요한 인원은 많은데 정작 ‘내가 맡겠다’고 나서는 법조인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 초기엔 대형로펌에 의뢰를 했다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대부분 로펌들은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안의 성격이 ‘내란’으로 워낙 중한데다, 정권교체 가능성 등 정치적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사건이기에 쉽게 ‘수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측이 많지 않은 것이란 분석이 많다.
문제는 변호인단 구성에 시일이 소요될 경우 헌재의 탄핵심판 청구 예정 변론기일 역시 늦춰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석 변호사는 이날 회견에서 “변호인단 구성은 대통령이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탄핵심판 대응 때를 고려하면 필요 최소 변호인단 수는 10명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모두 18명의 변호인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미 거론된 변호사들 외에 추가로 윤 대통령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변호인은 아직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의 첫 소환 조사 요구에 불응하면서 그 이유로 ‘변호인단 구성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윤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소환을 통보한 시점은 지난 11일, 소환 요구일은 15일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요구’에 대해선 아예 출석요구서 자체를 수령치 않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에 의한 신병확보 방안도 검토중이다. 관건은 윤 대통령의 경호를 맡고 있는 대통령실 경호처가 물리적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경우다. 자칫 영장 집행측과 경호처가 충돌을 빚을 개연성도 열려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관들이 11일 용산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에 막혀 극히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아 나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헌재가 윤 대통령에게 보낸 탄핵 심판 서류들은 또다시 수취 거절로 반송됐다. 헌재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서류가 아직 송달중이라고 밝혔다. 송달은 법원이 재판에 필요한 서류를 사건 당사자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절차다. 우리나라 법원은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도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재판 시작 시점을 서류 송달이 완료된 때로 보고 기산이 시작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서류 수취를 거부하면서 당초 예정됐던 재판 일정들도 모두 미뤄질 개연성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헌재가 윤 대통령에게 보낸 서류는 준비절차 회부 결정서와 기일 통지, 출석 요구서 등이다. 헌재는 경호처 직원에게 관련 서류를 전달하려 했으나 경호처 측은 ‘사무가 아니다’는 이유로 수취 거절돼 서류를 다시 헌재로 되돌아 왔다. 현재까지 서류 전달 시도는 세차례 반복됐고 그 때마다 모두 거절 반송됐다. 헌재는 ‘공시송달’로 서류를 간접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공시송달은 법원이 관보 등에 소송 서류를 올리면 상대방에게 전달됐다고 간주하는 절차다.
윤 대통령측은 수사 기관 출석 요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석 변호사는 “수사기관 출석 내용에 대해서는 변호인단 구성을 마치면 변호팀을 통해 말씀을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고, 검찰의 1차 출석 거부 이유가 ‘중복 출석요구 때문이었는데 이점이 해소됐다’는 지적엔 “그 부분 역시 변호팀을 통해 윤 대통령의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측의 서류 수령 거부와 함께 변호인단 구성이 차일 피일 미뤄지면서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해를 넘길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당초 헌재는 오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적용된 ‘내란죄’는 사안이 과거 사례들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고 헌재 역시 여타 탄핵 사건에 비해 ‘최우선 심리’를 약속하면서 빠른 결론을 내리겠다고 공언해 둔 상태다. 그러나 윤 대통령측의 변호인 선임 과정 및 대응 문제로 인해 시일이 더 오래 걸릴 개연성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이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한 것 역시 윤 대통령의 뜻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수처 사건 이첩에 대해 “시간을 끄는데 굉장히 좋다. 최종적으로 공수처로 넘겨도 공수처가 수사 기록을 검토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수사를 해도 최종 기소권이 없으니까 검찰에 넘겨야 된다. 검찰이 다시 기록 검토를 하고 기소 여부를 또 결정해야 된다. 그럼 상당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