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로 쏟아진 尹 화환…치울 수 없다는데 왜?

대통령실 앞 화환 1km 넘게 이어져
쪼개진 잔해 나뒹굴어 미끄럼 위험도
용산구 “화환 철거 위한 법리 검토 중”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화환이 늘어서 있다.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이번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자리 잡은 ‘화환’이 길거리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과 행인은 도보 통행 불편 등을 호소하고 있다. 용산구 등 기초자치단체에서는 함부로 철거를 할 수 없어서 난처한 상황이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으로 대통령 지지 및 생일 축하 메시지를 담은 화환 행렬이 약 1km 넘게 이어져 있었다. 화환행렬에는 윤 대통령의 생일이었던 이날 도착한 듯 보이는 생일 축하 문구를 담은 화환도 있었다.

화환 행렬은 대통령실 인근의 삼각지역 출구를 나오자마자 시작됐다. 행렬은 녹사평역을 넘어 용산구청 앞까지 늘어서 있었다. 성인 남성 걸음으로 15분을 걸어야 하는 거리다.

화환이 설치된 도보 곳곳에 화환이 쪼개져 뒹굴고 있는 잔해가 발에 채일 정도였다. 조화를 고정하는 나무꼬챙이와 조화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 설치된 윤석열 대통령 지지화환 밑에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이영기 기자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대통령실 앞 도보에서 뛰고 있던 서모(43) 씨는 “녹사평역에서 뛰어오는 길인데, 화환 잔해에 발이 걸렸다”며 “특히 나뭇잎 등은 미끄러운 플라스틱 재질이라 밟으면 미끄러질까봐 조심해서 뛰고 있다”고 말했다.

화환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시민도 있었다. 대통령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40대) 씨는 “대통령을 아직 지지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게 신기할 정도”라며 “매일 강아지와 이쪽으로 산책을 다니는데 하루가 다르게 화환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화환 설치가 불가하다는 용산구청 안내문 앞으로 화환이 설치돼있다. 이영기 기자


인근을 통행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커지는데, 용산구는 또렷한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산구청의 화한 설치 안내도 유명무실했다. ‘해당 도보는 폭이 좁으니 화환 설치를 금한다’는 용산구청 안내를 비웃듯 그 앞에 버젓이 화환이 설치된 곳도 있었다.

용산구는 화환 철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용산구에 따르면 현재 화환에 대해 법리적 검토가 진행 중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화환이 광고물인지, 폐기물인지 등 법적인 분류를 마쳐야 처리 과정을 정할 수 있다”며 “또 대통령실 인근은 용산구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특수 구역”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지난 2020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대립했던 당시 대검찰청 앞으로 모였던 화환이 전례다. 당시 서초구청도 화환을 함부로 철거하지 못했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 설치된 윤석열 대통령 지지화환이 쓰러져 있다. 이영기 기자


서초구청은 화환을 설치한 보수성향단체 자유연대 등에 행정대집행 계고서 등을 여러 차례 보냈지만, 결국 강제철거에 나서지는 않았다. 당시 대검찰청의 요청으로 보수단체들이 자진 철거에 나서며 상황이 일단락됐다.

최근 탄핵 정국의 화환은 대통령실 인근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져 해법을 찾기는 더 어려울 전망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법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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