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단이 윤석열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을 조사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참고인 신분이지만 경찰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련자를 조사한 게 알려진 것은 처음이라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은 박 처장의 계엄 사태 연관성도 별도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최근 박 처장 조사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전후 박 처장과 윤 대통령의 동선을 재구성했다. 박 처장은 윤 대통령 일정 상당수를 그림자처럼 수행해온 인물이다. 계엄 선포 전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잘 아는 것이다.
경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약 3시간 전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등과 가진 ‘안가 회동’ 상황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조 청장 등은 경찰에서 “박 처장으로부터 ‘좀 뵙자 하신다’는 전화를 받고 안가로 향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자리엔 전임 경호처장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함께 했다. 박 처장 역시 계엄 사실을 미리 알았거나 관여했을 것이란 유추도 가능하다. 다만, 박 처장은 조사에서 이를 부인했다.
경찰은 민간인 신분으로 이번 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박 처장의 연결 고리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처장은 2013년 6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박근혜 정부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지낸 인물이다. 노 전 사령관 역시 비슷한 시기 청와대에 파견된 군인을 관리하는 경호처 군사관리관으로 일하는 등 근무 인연이 있다. 그런 만큼 경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양측의 모종의 교감 정황이 포착될 경우 피의자로 박 처장을 전환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경호처는 이에 입장을 내고 “박 처장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내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에게 접견 연락을 취했다”며 “(박 처장은) 접견 자리에 배석하지 않아 접견 내용을 알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는 2015년 경호실 차장 퇴임 이후 전혀 연락한 바 없다”며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참고인 조사에 성실히 임하여 진술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경호처장인 박 처장은 경찰대 2기 출신으로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인물이다. 현재 경호처는 경찰 등과 대통령실 압수수색 허용 여부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