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부터 제조, 이젠 기술까지…‘차세대 원전’ 스스로 개척 나선 기업들

韓기업, 지분 투자 이어 파운드리 역할까지
“민간 주도적 사업 방식으로 발전해나갈 것”


미국 와이오밍주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그간 정부 위주로 성장한 원전 산업에서 국내 기업들이 소형모듈원전(SMR) 중심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최근 공공에선 SMR 산업과 관련해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 방안을 검토하는 등 힘 실어주기 분위기도 감지된다. SMR은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꼽히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도 보완할 수 있단 점에서 주목받는 신산업이다.

21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C2S(석탄발전소의 원자로 전환, Coal to Nuclear) 관련 법제도 자문용역’을 입찰 공고했다. C2S는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를 SMR로 대체한다는 뜻으로, 해당 용역은 C2S와 관련한 법령 및 규제 요건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업으로 ‘민간이 참여하는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방안 수립’이 제시돼 있는데, 향후 C2S 사업이 활성화될 시 민간의 참여 방안도 살펴보기 위한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SMR 산업에서 민간의 역할 확대가 요구되는 현 상황과 관련 있는 것으로 읽힌다. 그간 우리나라 원전산업은 사실상 에너지 공기업 위주로 발전해왔다. SMR 또한 정부가 노형 개발과 연구에 집중 투자하며 연구개발(R&D)을 이어왔다. 다만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주도해 국제 컨소시엄 형태로 수주전에 뛰어드는 대형원전과 달리, SMR은 민간사업자의 진출이 보다 용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SMR은 기술개발 단계부터 민간기업의 참여를 늘리고 사업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원자력 산업은 정책 변화 가능성,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 등으로 민간기업의 참여가 쉽지는 않지만,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민간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며 “특히 기업들이 SMR 분야 위주로 진출하며, 미국처럼 민간 원자력 산업으로 가는 중간 단계를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우리 기업들은 일단 지분투자 방식으로 수주 발판을 마련하며 시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은 지난 2022년 빌 게이츠가 창업한 SMR 개발사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을 투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작년 1월 미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에 대한 지분투자를 하고, 이 기업과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0년부터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 뉴스케일파워에 총 7000만달러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지분 투자에 이어 ‘SMR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로서의 입지도 키우고 있다. 국내 유일 원전주기기 제작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가 진행하는 첫 SMR 사업에 주기기를 공급하게 된다. 양사는 SMR 주기기 제작성 검토 등을 위한 계약을 체결, 두산에너빌리티는 설계 지원 용역 수행 및 주기기 3종 제작에 착수할 예정이다. HD현대는 테라파워로부터 원통형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 향후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나트륨(Natrium)’에 핵심 설비를 공급하게 된다.

특히 국내 제조업계의 경쟁력이 원전산업으로 이식되며, 원자로 제작·건설 기술력을 강화한 민간의 역할이 점차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지낸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도 SMR에 대한 민간 투자를 확대하려는 기조”라며 “민간기업들은 지분투자로 시작해 기술 획득, 주도적 사업 방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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