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이 영어책을 읽어줘?” 엄지척 입소문에 긴 줄섰다[세상&]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 100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자 2명 전화 인터뷰…“만족도 높다”
고용부 진행중인 연구 용역 “이용자 95% 이상 만족”
“소통에 문제 없어 아이들 영어 교육에도 도움”
“안깨우고 나갑니다…당신이 고용주라서 너무 감사” 문자도


지난 8월 6일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그림그리기, 만들기, 오리기까지 다 잘하십니다. 아이들 양육에 최적화 돼 있어요. 나이많은 한국분들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영어 교육을 목적으로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쓰시는 분들도 있어요.”

석달째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쓰고 있는 김아영 (가명·40·서초구)씨는 만족도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지난 9월부터 5살, 8살 자녀를 20대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맡기고 있다. 오후 3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 일주일에 다섯 번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김 씨가 없는 동안 아이들의 양육, 하원, 간단한 가사 등의 업무를 한다. 시간당 1만3700원, 한국인을 고용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진행하고 있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도입된지 100일이 지났다. 시범시업이 시작된 후 적정임금부터 업무범위까지 각종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본지 전화 인터뷰에 응한 두 명의 서비스 이용자들은 모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185개 가정이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이용하고 있다. 795가정이 현재 대기중이다. 고용노동부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용역에서도 응답자의 95%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현(가명·38·송파구) 씨도 그 중에 하나다. 5살,1살 자녀를 양육중인 최 씨는 일주일에 이틀, 가정관리사를 쓴다. 오전 7시부터 오전 11시까지 4시간씩이다.

“기존에 쓰던 분들은 한국 사람이거나 조선족이었는데 대부분 나이가 많았어요. 오래 아이를 키우던 분들이라 아이 양육 방향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경우 나이들이 젊습니다. 20대가 많아요.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것도 장점중 하나입니다.” 최 씨의 말이다.

이용자들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도입의 가장 큰 장점은 ‘넓어진 선택권’과 ‘저렴해진 비용’을 꼽았다.

김아영 씨는 “기존에는 원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며 “제가 집에 없는 짧은 시간을 원했지만, 조건에 맞는 사람을 구하다보면 시급이 2만원대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양육과 가사를 모두 맡을 한국 사람을 쓸우 최소 1만7000원은 줘야한 한다. 하루 4시간씩 한 달이면 15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반면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경우 월 120만원 정도면 된다. 최동현 씨 역시 월 40만원 수준을 지급하는데, 한국사람이나 조선족을 고용할 경우 60만원이 넘어간다.

최동현(가명) 씨 가정이 필리핀 가정관리사와 문자로도 소통하고 있다. 가정관리사가 보낸 “깨우지 않고 퇴근합니다. 너무 피곤해 보여서 깨우지는 않았어요”, “당신이 나의 고용주여서 너무나 감사하다”는 문자가 눈에 띈다. [최동현씨 제공]


소통에도 무리가 없다. 오히려 아이들 ‘영어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게 두 이용자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필리핀은 영어를 공영어로 쓰는 국가다.

최동현 씨는 “아이와 대화를 할때 영어로 이야기를 한다. 학습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집의 경우, 첫째 아이가 유치원갈때까지 영어로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요청을 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필리핀 가정관리사의 동의 하에 가정관리사가 보낸 “깨우지 않고 퇴근합니다. 너무 피곤해 보여서 깨우지는 않았어요”, “당신이 나의 고용주여서 너무나 감사하다” 등의 문자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시범사업인 만큼 개선점은 존재한다. 필리핀 가정관리사의 노동강도와 근무환경에 관련한 내용들이 주다. 먼저 노동강도에 대한 지적이 있다. 현재는 다자녀 가정의 경우도 자녀 한명과 같은 비용을 지급한다. 가정관리사 입장에서는 일이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 서울시 측은 “2자녀 이상의 경우 별도의 돌보미나 조부모 등 육아 조력자가 있어 실제로 다자녀를 혼자 돌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공아이돌보미의는 경우 자녀 수에 따라 추가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만큼, 이에 준하여 외국인 가사관리사 본사업 준비과정에서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는 시간당 1만8000원이지만, 자녀 한명이 늘어날 경우 2500원이 추가 된다.

근무환경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근무지를 이탈한 2명을 제외한 총 인원) 중 절반에 달하는 47명이 하루 2개의 가정 근무를 위해 장시간 이동하고 있다. 절반이상이 1시간 안팎을 이동시간에 쓰고 있으며. 최대 이동시간은 1시간 35분 정도다. 이들이 쉴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향후 이용가정 취소 또는 변경 시 이동 거리를 최대한 감안하여 배치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며 “겨울철 등에 대비해 중간쉼이 가능한 곳을 지속적으로 발굴·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내년 2월 28일까지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이번 시범 사업을 본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최근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이달 27일까지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수요조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필리핀 정부 역시 사업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실제로 펠리시타스 베이이주노동부 차관은 방한해 “사업 확대를 바라며, 해당프로그램이 연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 지원과 협력을 요청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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