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공조본 봉합되지 않은 갈등이 수사로 번질수도
심우정 검찰총장[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로 착잡했던 검찰이 서둘러 특수수사본부를 꾸리고 내란 혐의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결국 이견 속 사건이첩으로 윤 대통령 수사자체를 할 수 없게 돼면서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이첩 직후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향후 기관간 갈등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8일 검찰과 협의 끝에 내란혐의 정점인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이첩받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
검찰 특수본을 이끌고 있는 박세현 서울고검장은 이첩 발표 당일 대검을 찾아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사실상 항의성 방문이었다. 박 고검장 등은 내란 혐의의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하는 것은 사건의 핵심을 넘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심우정 검찰총장은 “중대한 사건이기에 적법절차와 관련된 어떤 빌미도 남기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공수처에 이첩된 사건을 비롯해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모두 검찰에 송부돼 특수본에서 최종적인 수사와 결정(기소)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검사였던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대상이 된 착잡함을 딛고, 스스로 엄단하려던 계획조차 물거품이 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허탈한 분위기가 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
이견이 있는 가운데 사건이첩이 이뤄진 만큼, 기간 관 갈등이 심화하고 공조·협력이 어려워지면서 향후 수사 및 재판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검찰은 이첩 하루만에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국방부 조사본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공수처가 참여한 공조수사본부를 정조준했다. 우종수 국수본장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하는 ‘강공’을 펼치면서 수사 주도권을 놓고 기관 간 갈등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국수본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장으로서 엄정한 수사를 위해 공조수사본부까지 꾸린 상황에서 참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에 매우 유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로써 수사 주체에서 수사 대상이 된 공조본의 정당성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검찰 수사를 통해 국수본과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의 비상 계엄당시 ‘체포조’ 운영 관여 의혹이 드러난다면 이들 기관이 계엄 ‘셀프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수본, 국방부와 협력 중인 공수처 역시 앞으로 전개될 수사에서 난항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수사 인력과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수처가 경찰·국방부의 조력 없이 홀로 핵심 수사를 떠맡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검-공수처간 봉합되지 않은 갈등도 향후 수사에 변수로 지목된다. 공수처는 검찰이 김용현 전 장관 등을 조사하면서 확보한 기록 등을 최대한 많이 받기를 원하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밀행성 등을 고려해 진행 중인 수사에 차질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조서 등을 넘기려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수처가 검찰에 인력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검찰은 회의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전날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거절하고 이첩을 거듭 요청한 만큼, 향후 검사 파견을 요청하기 자체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