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자력으로 쿠르스크 회복 못해 부끄러워 해”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중인 태평양 함대 155 해병여단 병사들이 보내온 깃발이 공개되고 있다. 깃발 왼쪽 부분을 아시아계 남성이 잡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북한군의 참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4시간 30분여 동안 가진 연례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 ‘올해의 결과’ 행사에서 북한군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방송과 각종 소셜미디어로 생중계된 이날 행사를 위해 사전 접수된 질문만 250만여건에 달했다. 그 중에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파병으로 한층 관계가 강화된 북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장악 중인 쿠르스크 영토를 탈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 중인 태평양함대 155 해병여단 병사들이 ‘우리가 있는 곳에 승리가 있다’는 문구를 적어 푸틴 대통령에게 선물한 깃발이 이 자리에서 공개됐다. 이 깃발은 아시아계 남성이 들었다.
이는 외모가 북한인과 비슷한 러시아 소수민족 군인들이 쿠르스크에서 싸우고 있음을 암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열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AFP] |
러시아 소수민족 중에는 동양인의 외모를 하고 있어 한국인과 흡사하게 보이는 인종들이 꽤 많이 흩어져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이칼 호수 인근의 부랴트 공화국 사람들이다.
바이칼 호수 인근에는 사는 부랴트인들은 몽골 계통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몽골족의 영웅인 칭기스칸의 후손임을 자칭한다.
외모상으로 보면 북한인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흡사한 면이 많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초기 북한군에게 부랴트 공화국 국적의 신분증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내 역사학자들은 부랴트 공화국이 있는 바이칼 호수 일대를 한국 민족의 발원지로 비정하는 견해도 있다.
또한 일부 사학자들은 부랴트족의 ‘부랴트’에서 ‘야트’나 ‘예트’가 러시아어로 ‘종족’을 뜻한다는 점에 주목해 부랴트족이 부리족이며 과거 우리 역사의 ‘부여’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비정하기도 한다.
부랴트인들 사이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 중 한국의 심청전이나 선녀와 나뭇꾼과 흡사한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리아 수보로바(오른쪽) 러시아 24 TV 앵커가 19일 연례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았다. [타스] |
한편, 푸틴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북한군의 참전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는 전문기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19일 온라인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의 연례 기자회견 내용을 분석하며 “푸틴 대통령은 자국 영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는 데 북한군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끄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ISW는 또 러시아가 북한군의 전공을 숨기려 하는 정황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러시아의 군사 블로거들에 따르면 최근 155해병여단과 북한군 병력이 쿠르스크주의 플레호보 지역을 수복했는데,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점령한 것에 대해 155해병여단 측이 자기 공로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ISW는 북한군의 전투 기여도를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푸틴 대통령의 결정이 ‘참전의 증거’를 지우려는 노력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는 북한군의 활동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 진영에서는 북한군이 최전선의 ‘총알받이’로 소모되고 있으며, 물자 부족을 겪는 징후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