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상황 ‘손 놓고’ 있었다” 무용론 나온 국가경찰위

경찰 핵심 수뇌부 계엄 연루됐는데
16일 첫 회의선 비상계엄 논의 없어
‘자문기관 실질적 권한 한계’ 지적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경찰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조직의 한계를 드러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경찰 조직을 이끄는 핵심 수뇌부가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한순간 ‘내란 피의자’로 수사를 받으면서 거대조직인 경찰의 의사결정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경찰력의 민주적이고 공정한 작동을 목표로 조직된 국가경찰위원회가 이번 사태에서 태생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났단 지적이다.

지난 3일 밤 불시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하자 여의도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 과천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4000여 명 이상이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은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지시를 내린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이 동시에 구속된 상황을, 국가경찰위는 전혀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가경찰위 보고는 없었다. 회의체일 뿐 행정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지 경찰청 소관 법령과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16일 계엄 사태 이후 첫 국가경찰위 회의에서 위원들은 16건의 안건이 올라왔다.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 등 경찰 관련 법령 개정안과 ‘경찰청 성평등정책 2025년도 시행계획’ 등을 심의·의결하는 내용이었다. 경찰청장이 내란 혐의로 조사받는 엄중한 상황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

다만 위원장(윤용섭 변호사)이 회의를 마치는 시점 “이럴 때일수록 민생 치안을 지키는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하고 각자 자리에서 의연하게 일하자”는 원론적 얘기를 꺼낸 정도다. 한 위원은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 회의 주제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가경찰위가 법적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운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에는 국가경찰위의 심의, 의결 사항 9가지가 규정돼 있다. 여기에는 단순 주요 정책과 발전계획 등을 검토하는 역할과 더불어 비상사태 등 전국적 치안유지를 위한 경찰청장의 지휘·명령에 관한 사항,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중요하다고 인정해 회의에 부친 사항 등도 다룰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이론적으로는 경찰청장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찰 경력을 배치 지휘하는 결정에 관해서도 심의·의결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근거는 ‘사문화’된 셈이다.

이를 두고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행안부 경찰국이 신설되면서 단순한 자문위원회쯤의 취급을 받는 처지”라며 “실질적인 기능을 못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방안 연구’ 논문에서 애초에 국가경찰위가 법적 권한을 갖는 행정위원회로 규정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면서 “수동적으로 심의·의결하는 권한에만 머물러 있다”며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문제가 줄곧 지적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법적 지위를 확인하고 (역할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준규·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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