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나노서 TSMC와 정면승부

美 칩스법 보조금 규모 확정
파운드리 부진에 투자 축소
테일러팹, 최선단 2나노 집중
TSMC 격차 줄일 ‘한방’ 절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 공장(사진)에서 4나노 대신 최선단 2나노에 집중하는 등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사실상 빅테크가 밀집한 AI 반도체 시장 최전선에서 최선단 2나노 공정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대만 TSMC와의 정면승부를 예고한 셈이다. 미국 공장의 투자 규모가 수정되면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도 예비거래각서 체결 당시 보다 2조4000억원 가량 줄었다.

▶대미 투자 10조원↓…불확실성 증대에 ‘신중’=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0일(현지시간) 삼성전자에 47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4월 발표한 64억달러에서 26% 가량 줄어든 수치다. 인텔, TSMC,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중 가장 큰 삭감규모다.

삼성전자가 앞서 계획했던 대미 투자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보조금도 함께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예비거래각서 체결 당시 2030년까지 440억달러(한화 약 50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가 향후 수년간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투자액이 70억달러, 약 16% 줄어들었다.

당초 삼성전자는 테일러시에 ▷4㎚(나노), 2나노 파운드리 공장 두 곳 ▷ 첨단기술 연구개발(R&D) 시설 ▷3D 고대역폭메모리(HBM)와 2.5D 패키징을 위한 첨단 패키징 시설을 짓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최종 계약에서는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가 제외됐다. 파운드리 공장도 4나노 대신 ‘2나노 이상 파운드리 공장 두 곳’으로 변경됐다.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 축소는 파운드리 실적 부진으로 인한 투자 속도 조절,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으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고환율 여파 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1년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 착공을 시작하며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파운드리 수율 안정 및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2026년으로 가동 시점을 연기했다. 국내 평택캠퍼스의 파운드리 라인 신설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보조금 대신 관세 부과로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견을 꾸준히 드러내왔다. 때문에 향후 대미 투자 실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국내 정치 리스크로 내년까지 고환율 여파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공사비 및 인건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2026년 2나노 양산에 집중, 추격 승부수 건다=2나노 공정 중심으로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 계획을 변경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TSMC가 현재 3나노에서 시장의 승기를 잡고 있는 만큼, 2나노 기술 향상에 집중해 승부를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은 여러차례 2나노에서는 TSMC와 겨뤄볼만 하다고 강조해왔다. 지난해 경계현 전 DS부문장은 “삼성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TSMC에 1~2년 뒤처져 있지만, TSMC가 2나노 공정에 들어오는 시점을 계기로 5년 내 앞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먼저 도입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TSMC도 2나노 부터 적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파운드리 수장으로 선임된 한진만 사장도 2나노에서의 램프업(생산능력 증가)를 제일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첫 메시지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로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을 꼽으며 “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이어 “기회의 창이 닫혀 다음 노드에서 또 다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TSMC는 탄탄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벌써 2나노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내년 4월부터 GAA 기술을 적용한 2나노 공정 시험 생산에 돌입하는데, 애플이 TSMC의 2나노 칩을 가장 먼저 받아 아이폰에 탑재할 전망이다. AMD, 엔비디아 등도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중 2나노 공정 시험 양산에 돌입하고, 4분기 안에 완전한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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