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서 北 공격 유도했느냐”는 질의에 기자 쏘아보기도
12·3 비상계엄을 사전 기획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24일 오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영기 기자 |
[헤럴드경제=이용경·이영기 기자] 12·3 비상계엄을 사전 기획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24일 오전 노 전 사령관을 내란실행 및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수감돼 있던 서울 서부경찰서 지하1층 형사당직실 입구(유치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노 전 사령관은 모자와 안경,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다소 위축된 모습으로 이동했다. 다만 “NLL에서 북한 공격을 유도했느냐”는 질문에는 민감한 듯 해당 질문을 던진 기자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쏘아보기도 했다.
그는 ‘수첩에 기재된 사살 대상이 누구였는지’, ‘수첩 메모를 누구와 상의해 작성한 것인지’, ‘윤석열 대통령과 상의했는지’, ‘계엄 이후에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합수부 외 별도로 수사2단을 운영하게 된 경위’, ‘2차 계엄을 모의했는지’ 등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몸을 실었다.
특수단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을 내란실행 등 혐의로 긴급체포하면서 그의 경기도 안산시 자택에서 60~70페이지 분량의 손바닥 크기 수첩과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해당 수첩에는 계엄 당일 군 병력 배치 장소와 구체적인 병력 이동 시나리오 등이 메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국회봉쇄’라는 표현과 함께 정치인·언론인·종교인·노조·판사·공무원 등을 ‘수거(체포)대상’이라 지칭하며 이들에 대한 수용 및 처리 방법도 함께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특수단 관계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 등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특수단 관계자는 “이것이 실제 행위로 나아갔는지는 아직 파악된 게 없다”고 부연했다.
여군 성추행 혐의로 불명예 전역한 이후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보사령관을 지낸 인물로,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이번 포고령을 작성하는 등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 전·현직 군 관계자들을 만나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 “계엄이 시작되면 부정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당시 롯데리아 회동에서 노 전 사령관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와 별도 조직인 ‘수사 2단’을 군 관계자 60여명 규모로 꾸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 한 것으로 특수단은 파악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내란실행 등 혐의를 받는 노 전 사령관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수사는 특수단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특정된 것이라고 특수단 관계자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