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는 가계 비중 2배 늘고
취약자영업자 대출연체율 11.55%
절반 가까운 기업, 이자조차 못내
한은 “금리 인하·업황 개선 시급”
자영업자들이 어느 해보다 힘겨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 경기 침체, 고금리와 고물가 그리고 대통령 탄핵 정국이 직격탄을 날려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
“빚 못 갚는 집 비중이 2배 늘고, 취약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은 연체, 여기에 기업 절반은 번 돈으로 이자조차 못내는 상황…”
대한민국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 가계·자영업·기업 등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체들이 모두 진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온다. 저금리 시기 쌓였던 부채가 집값 하락, 내수 침체, 수출 부진 등을 각각 맞닥뜨리면서 대한민국 경제 기초체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3분기말 1913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 증가했다. 우리나라 가계 빚이 190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관련기사 3·4면
문제는 빚을 감당할 만큼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지 못했단 점이다.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낮췄던 금리가 점차 올라오면서 경기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광풍이 불었던 부동산 시장이 식으면서 이자 부담이 현실화 됐고, 내수가 순환을 멈췄다. 만약 이러한 거시경제 충격으로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연체가구 비중은 급격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은은 거시경제 충격으로 인해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자산가격 하락이 악화하는 경우 내년 차입가구 중 연체가구 비중이 4.1%로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더 심각한 경우엔 5.1%까지 치솟는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 비중은 2.5%로 빚을 못 갚는 가구 비중이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30대는 자산가격 하락으로 인한 타격이 보다 심할 수 있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는 동안 주택구입을 늘리면서 대출을 공격적으로 실행했기 때문이다.
연령별 가계대출 비중(잔액 기준)에 따르면 3분기 30대 비중은 3분기 26.6%로 50대(24.9%)보다도 컸다. 2019년까지만 해도 30대 비중은 24.7% 정도로 50대(27.9%)보다 3.0%포인트 이상 적았다. 60대 이상 차주들 대출 비중도 일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은은 “60대 이상 비중 차주들이 부채 축소를 하지 못한 데다 은퇴 후 자영업 진출 및 생활비 부족 등에 따른 대출수요도 일부 가세되면서 계속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는 이미 상황이 심각하다. 3분기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55%를 기록했다. 취약 자영업자 중 10명 중 1명 이상이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1.7%를 기록해 2분기 대비 0.20%포인트 상승했다.
3분기 기업대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4.0% 늘어난 190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3분기 2.43%로 올해 1분기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비은행 대출의 연체율 상승폭(0.44%포인트)이 컸다. 한계기업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 비중은 올해 상반기 44.8%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3.4%포인트가 늘어났다. 특히 중소기업은 이 비중이 59.8%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 한은은 금리 인하가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면서도 당장 기업 부문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한계기업 증가 등 기업 부문의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절감과 더불어 업황 개선으로 인한 영업이익 제고가 긴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