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는 고전 중…내년 ‘채용 한파’ 온다 [언박싱]

섬산련 조사…내년 업계 채용계획 70.6%↓
소비위축·기후변화 영향에 실적부진 우려도


서울 시내의 한 의류 판매점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올해 소비 침체로 고전한 패션업계가 내년 채용규모를 크게 줄인다. 소비심리 악화부터 기후 변화까지 악재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실적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26일 한국섬유산업협회가 발표한 ‘2024년 섬유패션산업 직무별 인력실태 조사’에 따르면 내년 의류패션기업 249개사의 채용계획은 올해(5049명)보다 70.6% 감소한 1483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입 채용계획은 488명으로, 올해(2516명)와 비교해 80.6% 급감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경력 채용 비중이 67.1%로, 신입(32.9%)보다 2배 이상 많아지게 된다. 올해는 신입과 경력의 채용 인원 비중이 각각 49.8%, 50.2%로 비슷했다.

패션업계의 채용 전망이 어두운 것은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앞서 주요 패션기업들은 3분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 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6%, 65% 줄었다. LF가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 272% 상승했지만, 금융과 식품 사업 등 비패션 분야가 약진한 덕분이었다.

패션업계는 4분기 매출로 실적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비상계엄 이후 소비 심리가 최악으로 치달아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p) 떨어졌다.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다.

소비자는 경기가 악화하면 의류 소비부터 줄이는 경향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의복 부문 소매판매액(불변)지수는 지난해 12월(-0.7%)부터 올해 10월(-2.7%)까지 11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자 가계가 비필수재를 중심으로 상품 소비를 줄이며 의류 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변화도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4분기에 단가가 높은 겨울철 의류로 매출 증대를 노렸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일각에선 날씨 변수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주요 패션 협력사 15개사와 한국패션산업협회, 현대백화점 패션 바이어로 구성된 20여 명 규모의 기후변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내년부터 본격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 실적 회복을 기대했지만, 의류 관련 소비 심리가 상당히 위축된 상태”라며 “경영 효율을 위해 채용 규모를 늘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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