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벼워졌다” 올해 맥주시장 트렌드 결산

열량 낮은 라이트·논알코올 인기

알루보틀 등장…편의점 채널 부상

“치맥은 옛말” 파인다이닝과도 페어링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가 미식과 요리를 주제로 운영 중인 커뮤니티 ‘스텔라 다이닝 클럽’ [스텔라 아르투아 자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건강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커지면서 올해 맥주시장에는 저칼로리, 논알코올 제품 출시가 잇따르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시장의 중심이 가정시장, 특히 편의점으로 옮겨가는 한편, 파인다이닝 등 미식과 즐기는 ‘푸드 페어링’ 트렌드도 뜨고 있다.

가볍게, 더 가볍게…커지는 라이트 맥주 시장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라이트 맥주 시장의 급성장이다. 건강, 웰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다. 라이트 맥주는 100㎖ 기준 열량이 30㎉ 이하로, 일반 맥주 대비 열량이 30~50% 낮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7~9월 성수기 동안 국내 가정시장 라이트 맥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2010년 출시된 ‘카스 라이트’가 대표주자다. 카스 라이트는 올 상반기 가정시장에서 국내 라이트 맥주 중 1위를 차지했다. 전체 맥주 브랜드 중에선 6위로, 작년 8위에서 두 계단 상승했다.

라이트 맥주 신제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라이트’를 출시하며 후발주자로 라이트 시장에 합류했다. 여기에 올해 북미 대표 라이트 맥주 미켈롭 울트라까지 출시되며 더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카스 라이트 [오비맥주]

 

“안 취하고 즐길래요” 논알코올 시장 저변 확대

논알코올 맥주 시장도 성장세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2년 만에 55.2% 확대됐으며, 2027년에는 94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5월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로 유흥시장에도 논알코올 음료 판매가 허용되면서 시장의 성장 저변이 확대됐다. 그동안 주로 마트에서 구매해 가정에서만 즐기던 논알코올 제품을 이제 일반 음식점에서도 일상적으로 마실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오비맥주 카스는 개정안 시행에 맞춰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카스 0.0’ 병제품(330㎖)을 유흥시장에 내놨다. 지난달엔 ‘카스 레몬 스퀴즈 0.0’ 병 제품(330㎖)를 출시, 유흥시장 내 논알코올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다른 주류 브랜드도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2012년 국내 최초로 무알코올 음료 ‘하이트제로 0.00’을 출시했던 하이트진로는 최근 ‘하이트제로 0.00 포멜로향’을 새롭게 선보였다. 12년 만의 신제품이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올해 5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논알코올 맥주 ‘기네스 0.0’을 출시했다.

논알코올 맥주의 인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해마다 맥주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논알코올 맥주 시장 점유율이 7%에 달했다.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은 중동, 맥주를 음료처럼 즐기는 일본도 논알코올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카스 알루 보틀 [오비맥주]

 

패키지 변화의 시도…소재 변화로 주목받는 ‘알루보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맥주 패키지 변화도 이뤄졌다.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새로운 맥주 패키지 시도는 알루미늄 재질의 병 모양 제품인 ‘알루 보틀’이다.

알루 보틀은 알루미늄 병 소재 특성상 급속 냉각이 가능해 맥주를 빠른 시간 내에 차갑게 해주며, Z세대 사이에서 색다른 디자인과 함께 간편함과 편리성 등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비맥주 카스는 올해 8월 국내 맥주업계 최초로 알루미늄 병제품인 ‘카스 알루 보틀’을 출시했다. ‘힙한 감성’을 추구하는 Z세대의 취향에 맞춰 그립감을 살린 병 디자인과 손쉽게 돌려서 딸 수 있는 ‘스크루 캡(Screw Cap)’을 장착했다. 페스티벌, 트렌디 포차, 홈파티, 캠핑 등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맥주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올해 5월 국내에 상륙한 북미 라이트 맥주 1위 브랜드 미켈롭 울트라 역시 알루 보틀 형태로 첫 선을 보였다. 알루 보틀이 아직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하지만 앞으로 점차 자리를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편의점, 가정시장 맥주 소비 중심 채널로 뜬다

코로나19 이후 혼술·홈파티 문화가 확산되며 편의점, 마트, 슈퍼마켓 등을 통해 가정용 맥주가 판매되는 가정시장의 입지가 커지는 가운데, 편의점이 올해 가장 중요한 채널로 부상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10월 가정시장 내 편의점을 통한 맥주 판매 비율은 약 37%로, 가정시장 내 모든 채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가 전국 만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주류 소비 트렌드 리포트 2024’ 에서도 집에서 마실 주류를 구매할 때 가장 선호하는 채널은 편의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편의점을 선택한 주된 이유로는 접근성을 꼽았다.

편의점의 ‘맥주 사랑’은 맥주와 음악을 활용한 소비자 페스티벌로도 이어진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올해로 뮤직 앤드 비어페스티벌’(Music & Beer Festival·이하 뮤비페) 10주년 특별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GS25 2024 뮤비페’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7만명이 참가했다고 전해진다.

“치맥을 넘자”…맥주도 파인다이닝과 ‘푸드페어링’

음주 문화가 취향에 따라 맛과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로 변화하면서,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함께 즐기는 ‘푸드 페어링’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의 푸드 페어링이 와인과 함께 고급음식을 즐기는 개념으로 한정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와인을 넘어 맥주 등 다양한 주류로 확장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맥주는 과거에는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치킨, 감자튀김, 마른안주 등과 즐기는 주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파인다이닝에서 고급 음식을 즐기는 많은 소비자들도 맥주를 ‘푸드 페어링’ 파트너로 선택하고 있다.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는 미식과 요리를 주제로 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스텔라 다이닝 클럽’을 운영한다. 올해 제4기 회원을 모집했으며, 2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평소 방문하기 힘든 맛집에서 유명 푸드 인플루언서들과 함께하는 이색 미식 체험 등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100건이 넘는 활발한 교류를 이어 나가고 있다. 스텔라 다이닝 클럽은 올해 국내 식음료 산업 리더들이 이끄는 모임 ‘난로회(NANRO)’와의 교류 만찬 행사인 ‘맛이 가치와 풍류가 되는 순간’를 개최하기도 했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저칼로리, 제로 슈거, 다양한 맛 등 맥주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점차 세분화하고 빠르게 변화 중”이라며 “맥주는 우리 일상에서 편하게 접하는 대표적인 주종이지만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에 따라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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