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합격자 99%가 썰물처럼 빠졌다…의대 올인 난리난 수시 [세상&]

수시 전형 추가 합격자 등록 27일 마무리

‘의대 증원’ 여파로 혼란스러운 수시전형

“최상위권 수험생, 의대로 대거 이동한 것”

의료계 “정시 이월 막아야 전공의 돌아와”

교육부 “법령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입장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수시 전형이 추가 합격자 등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의대 증원’ 정책 여파에 수험생들은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정시 이월을 최소화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수시 전형이 추가 합격자 등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의대 증원’ 정책 여파에 수험생들은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정시 이월을 최소화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2025학년도 입시는 절차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에 따르면 수시 추가 합격자 통보는 전날 오후 6시를 끝으로 발표가 마무리됐다. 추가 합격자 등록 마감은 이날 오후 10시다. 수시 합격자들이 이때까지 등록하지 않는 경우 미충원 인원이 발생한다. 각 대학은 오는 30일까지 이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게 된다.

이번 수시 전형에서는 ‘의대 증원’ 정책 여파로 이례적인 상황이 다수 있었다. 자연계열 수시 합격자 대부분이 합격을 포기하거나 추가 합격자가 적은 의예과에서 추가 합격자가 다수 발생하기도 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연세대 자연계열 수시 전형에 합격한 이들 가운데 단 1명만 수시 전형에 등록했다. 최초·추가 합격자 1046명(99%)이 등록을 포기한 셈이다.

올해 고려대와 연세대 수시 전형 최초 합격자는 4854명인데, 등록을 하지 않은 인원은 2236명으로 46.1%였다. 이는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학원업계에서는 “수험생들이 소위 최상위권 대학 대신 의대로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의예과에서도 지난해보다 추가 합격자가 많이 발생했다. 2025학년도 연세대 의예과 수시 추가합격자는 총 37명으로 지난해 25명보다 12명 늘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의예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부모가 상담 카드를 적고 있다. [연합]

올해 의대 수시 지원자 수와 ‘고득점’ 수험생의 이동도 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의학 계열에 지원한 수험생은 7만2351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5155명 늘었다. 의대 전국 평균 경쟁률은 낮아졌는데, 이는 모집 정원 확대 여파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영향으로 의대의 경우 올해는 의대 간 중복합격으로 인한 연쇄적 이동이 매우 커져 수시모집에서 정시로 넘어가는 미선발 인원도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의대 수시 미선발로 인한 정시 이월 인원은 서울대 0명, 연세대 0명, 고려대 8명이었다.

의료계에선 여전히 ‘수시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올해보다 1497명(약 50%) 늘어난 4610명이다. 또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이 어렵다면 올해 늘어난 의대 정원만큼 내후년도 의대 정원을 줄이거나 신입생을 뽑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수시 미등록 인원의 정시 이월 제한 여부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허용해야 한다”라며 “미등록 인원 정시모집 이월을 중단하고, 이전 수준의 의대 정원으로 원점 재검토를 해야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돌아올 명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의료계는 수시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 제한, 예비 합격자 규모 축소 등 내년도 의대 정시모집 인원 조정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

다만 교육부는 수험생과 학부모 혼란, 대규모 소송전 우려 등을 이유로 의대 정원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

고등교육법 등 현행법에 따라 사전예고제에 따라 수시 미충원 인원은 정시로 이월 선발한다고 규정돼 있다.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면 공표한 사항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2025학년도 모집 요강에서 정시 이월 부분은 명시된 걸로 안다”라며 “(공포 사항은) 법령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게 해당 부서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각 대학은 이날 최종 등록 이후 집계를 거쳐 이월 규모를 확정해 정시 모집에 돌입한다. 정시 원서 접수는 12월 3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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