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진은 사고 항공기가 무안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하는 모습 [독자 제공, 연합]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항공기 기체는 활주로 외벽을 충돌하면서 반파됐고, 불길에 휩싸였다.
사고가 난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소방 당국은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면 동체착륙의 경우 통상 항공기 머리가 활주로 바닥으로 내려오는데 사고 항공기는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머리가 들려있는 것을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제보 영상들을 보면 활주로에 접근하던 사고 여객기는 착륙 전 오른쪽 엔진에서 폭발과 함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여객기는 바퀴를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했으며 머리 부분은 들린 채로 활주로를 질주했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여객기는 활주로 끝까지 빠른 속도로 다다른 후 외벽과 충돌, 이내 화염과 검은연기에 휩싸였다.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순간 모습 [MBC 캡처] |
그런데 기존 다른 동체착륙에서는 머리 쪽이 활주로에 닿은 뒤 속도가 감소하는 모습이 통상적인데, 사고 여객기는 달랐다.
이에 대해 정원경 초당대 비행교육원장은 “비행기 상태를 보면 동체착륙 당시 속도가 활주로 끝나는 지점까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며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가 끝나면서 외벽 충돌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는 YTN에 앞머리 부분이 들려 있는 데 대해 “(착륙 당시) 승객들이 비행기 후미 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을 가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공사가 지지부진했던 데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2800m로 인천국제공항(3700m), 김포국제공항(3600m), 인근 광주공항(3000m)보다 짧다. 다만 무안공항은 대형 여객기가 이용하지 않으며 보잉 737급 항공기 이착륙에는 무리가 없다. 국토교통부도 “활주로 길이로 인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의 여유 공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무안공항 활주로를 300m 늘리는 사업도 추진 중인데,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활주로 길이와 사고원인이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활주로 연장 사업이 좀 더 일찍 이뤄졌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