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 등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무안)=이용경·김도윤 기자, 박준규·홍승희 기자] 연말 태국에서의 추억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승객들이 탄 제주항공 여객기(7C2216편)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내리는 과정에서 폭발했다. 여객기에 탄 181명 가운데 179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생존자는 단 2명. 대한민국 영토에서 그간 발생한 항공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무안의 비극’으로 기록됐다. 정부는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고 원인 파악과 사태 수습에 나섰다.
30일 국토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사고기는 전날 오전 9시3분께 무안공항 바퀴를 내리지 못한 채로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속도를 미처 줄이지 못하고 공항 외벽과 충돌했다. 충격 여파로 기체 앞부분부터 불이 붙었고 후미만 남기고 전소했다. 사망한 승객들은 기체 안팎에서 발견됐다. 탑승자 수색에 투입된 소방과 경찰, 군 인력 700여명은 전날 밤까지 179명의 시신을 모두 수습했고, 30일 오전까지 141명의 신원을 잠정 확인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설명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여객기는 29일 2시 11분(현지 시각) 방콕 수완나폼공항을 떠나 이날 오전 8시 30분(한국 시각) 무안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출발 지연으로 8시54분께 1번 활주로에 접근한 비행기는 8시57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조류 충돌) 경고 무전을 받고 1차 착륙에 실패하고 복행(Go around)했다. 2분 뒤 기장은 비상 상황 신호인 “메이데이”를 외친 뒤 기수를 돌려 1번 활주로의 반대 방향으로 두 번째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9시3분께 파악되지 않은 이유로 이 비행기는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동체착륙을 했다. 감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활주로 끝 외곽 벽과 충돌하며 화염에 휩싸였다.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항공기 사고 중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1993년 발생한 아시아나기의 해남 추락 사고(66명 사망)의 인명피해 규모의 2배를 넘어섰다. 대한민국 국적기가 낸 항공기 사고로도 3번째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남겼다.
사고 여객기는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B737-800 모델이다. 라이언에어가 출고해 2009년 8월 첫 비행을 했고 제주항공은 2017년 2월 기체를 매입해 운용해 왔다. 창사 20주년을 앞둔 제주항공은 그간 승객 사망자가 나온 사고를 낸 적이 없었으나, 이번 사고로 그 기록도 깨졌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으로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랜딩기어 고장 등이 거론된다. 국토부는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석 음성기록장치(CVR) 등을 수거했고 분석 작업을 시작했다. 다만 FDR는 외형이 손상된 상태로 발견돼 기록 분석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 등이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 |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희생자 가족이 탑승자 명단을 보고 있다. [연합] |
생존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의 사망자를 수습한 현장사고수습본부는 지문 확인을 통해 밤새 신원 확인 작업을 벌였다. 훼손이 심한 일부 사망자는 공항을 찾은 유가족의 DNA를 현장에서 채취해 대조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국토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현장 책임자인 이진철 부산지방항공청장은 30일 오전 9시7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전 8시 35분 기준으로 현재 179명의 사망자를 전부 안치소로 이동했다”며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141명”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38명에 대해서는 DNA 분석이 진행중이다.
중수본은 3차례에 걸쳐 유족에게 연락하고 있다. 사망자 신원이 확인된 유족들에게 개별적으로 1차 연락을 한다. 이후 검찰과 경찰의 검시를 마친 뒤 검안 절차 직전에 유족이 직접 시신을 확인할 수 있도록 2차 연락을, 시신 인도 절차 협의를 위해 3차 연락을 하고 있다.
신원 확인 이후에도 법적 절차를 밟아야만 가족들이 시신을 인도받기 때문에 장례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민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사는 “목포지청 검사 2명, 광주지검 검사 4명과 수사관 4명 등이 현장에 상주하며 검시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는 현재 무안 스포츠파크와 전북도청 등에 마련됐다.
한편,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반은 이날 오전 현장에서 수거된 음성 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를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했으며, 이중 1개의 외관 손상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사고 조사에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