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주문에 발빠른 캐파 확장
TSMC가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본격적으로 새 공장을 가동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린다. 엔비디아를 포함,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반도체 주문이 물밀듯 몰리는 상황에서 발빠른 생산능력(캐파) 확장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에서 내년 1분기부터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최근 1공장 1A(1단계) 구역에서 첨단 공정인 4나노 공정 기반의 웨이퍼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내년 중순에 P1 1A 공장을 100% 가동할 계획이다. TSMC는 이곳에서 월 웨이퍼 2만장을 생산해 애플, 엔비디아, AMD, 퀄컴 등 4대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TSMC 피닉스 공장은 지난 2021년 착공을 시작했다. 착공 후 약 3년 만인 2024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초고속 건설을 진행했다.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가동 시점이 내년 상반기로 다소 연기됐지만, 국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부지 선정 후 4년 동안 첫삽도 못 떴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TSMC는 일본에서도 ‘속도전’으로 파운드리 캐파를 무섭게 늘리고 있다. 지난 2월 개소한 규슈 구마모토현 제1공장에서 시험 생산을 마치고 이달 본격적으로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TSMC는 “1공장이 모든 프로세스 인증을 완료하고 이달 계획대로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구마모토 공장은 건설부터 양산까지 초고속으로 진행됐다. 2021년 가을에 공장 건설을 결정지었고, 2022년 4월 착공을 시작해 2023년 하반기 건물이 거의 완성됐다. 올해 2월 개소식을 열고 이달 양산 개시까지 모든 과정이 빠르게 이뤄졌다.
구마모토 공장에서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산업 기기 등 여러 제품에 탑재되는 12∼16나노(㎚·10억분의 1m)와 22∼28나노 반도체를 300㎜ 실리콘 웨이퍼 기준으로 월 5만5000장 생산할 수 있다.
TSMC의 이같은 ‘초스피드’ 확장에는 AI 수혜로 인한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 들어있다. AI 시대가 도래하며 빅테크 기업들은 각자 최적화된 AI 반도체를 설계했고, TSMC는 이들로부터 위탁생산주문이 밀려들며 말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미 시장 ‘큰손’인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와 애플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올해 1~11월 TSMC의 누적 매출은 지난해보다 31.8% 늘어난 2조6161억 대만달러(약 115조원)로 집계됐다. 올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역시 64.9%로 독보적이다.
업계에서는 TSMC가 내년에만 전세계에 팹 10개를 동시다발적으로 건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무후무한 규모다.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TSMC의 내년 설비투자 금액은 올해 280억(약 37조원)~320억달러(약 43조원)에서 대폭 늘어난 375억달러(약 51조원)에 달할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2030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주에 총 3개 공장을 짓는다. 현재 건설 중인 피닉스 2공장(P2)은 2028년 2나노 공정 양산을, 아직 착공 전인 3공장(P3)은 2030년 최선단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도 공장을 하나 더 짓기 위해 내년 초 2공장 건설 작업에 착수한다. 이곳에선 AI와 자율주행 등 최첨단 기술에 쓰이는 6~7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며 2027년 말 양산이 목표다.
TSMC의 파운드리 경쟁력 뒤에는 첨단 패키지 공정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CoWoS) 기술력이 있다. AI 수혜를 극대화 하기 위해 내년까지 CoWos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TSMC의 내년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9만~10만장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 연말 기준 월 3만~4만장 수준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