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희생자 위해 조문이라도” 애도 속 차분한 송구영신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 설치, 4일까지 운영
서울시와 자치구, 전국 각지 해맞이 행사 취소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손인규 기자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2024년을 닫는 마지막 날 아침, 서울시는 여느 연말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바삐 출근길을 오가는 사람들 외에는 거리가 한산했다. 이따금 시청 앞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을 찾는 사람들이 띄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A(55) 씨는 “제가 제주도 사람이라 제주항공을 많이 탑니다. 이번에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조문이라고 하고 싶은 마음에 출근길에 합동분향소를 찾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무안 공항에서 제주 항공기가 착륙 중 폭발하며 179명의 사망자를 낸 참사에 연말 전국 지자체들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연말을 보내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갑작스러운 여객기 사고 희생자들을 추도하기 위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31일 오전 8시 시청 본관 정문 앞에 설치했다. 합동분향소는 정부가 결정한 국가애도기간인 1월 4일까지 5일간 운영된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시민 B(23) 씨는 조문 후 “계엄 사태에 이어 항공기 참사까지 이번 연말은 분위기가 매우 무겁다”며 “내년에는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아침 8시께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오 시장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우리 사회가 대형 참사 앞에서 함께 애도의 마음을 표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차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준비했던 연말연초 행사를 축소 및 취소하기로 했다.

먼저 12월 31일 밤 11시부터 2025년 1월 1일 새벽 1시까지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예정된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공연과 퍼포먼스는 취소하고 엄숙하고 질서 있는 분위기 속에서 타종식만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참석하지 않고 민간인사만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광화문을 캔버스 삼아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미디어파사드 ‘서울라이트 광화문’과 광화문광장에서 설치된 조형작품은 국가애도기간 중 애도문구 표출과 함께 조명·영상만 상영한다.

31일 진행예정인 광화문 카운트다운 행사에선 조명쇼는 취소하고 카운트다운도 소리없이 영상만 상영할 예정이다. ‘서울라이트 DDP’는 음향을 최소화해 진행한다고도 서울시는 설명했다. 청계천에서 진행중인 ‘서울 빛초롱축제’도 조형물 점등만 유지하고, 광화문마켓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운영한다. 28일부터 진행중인 50개국 인플루언서 3500여팀이 참여하는 ‘서울콘’은 행사, 공연은 취소하기로 했다.

서울 각 자치구들도 준비했던 신년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마포구는 오는 31일 밤 9시부터 내년 1월 1일 오전 0시 30분까지 계획했던 ‘2025년 레드로드 카운트다운 행사’와 1월 1일 ‘2025 하늘공원 해맞이 축제’ 공식 행사를 하지 않기로했다. 서대문구는 31일 오후 7시30분부터 1월 1일 0시30분까지 신촌 연세로 스타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2025 신촌 카운트다운 콘서트’를 취소했다. 광진구, 송파구, 양천구, 강북구, 은평구도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무안=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4.12.30 [공동취재] xanadu@yna.co.kr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들도 대부분 연말연시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는 송년음악회 등 제야 행사를 모두 열지 않기로 했고, 의정부시도 1월 1일 예정된 새해 해맞이 걷기 행사를 취소했다. 포항시와 포항문화재단은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호미곶면 해맞이공원 일대에서 ‘제27회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을 개최하기로 했으나 행사 없이, 애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경주시는 31일 오후 11시 노동동 신라대종에서 할 예정이던 제야의종 타종식을 취소했다. 이어서 충남 태안군, 충남 부여군, 천안시, 세종시 등도 모두 해넘이와 해맞이 행사를 모두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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