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 달래는 권영세, 집토끼 결속하는 권성동 [이런정치]

정비 마친 與 지도부 ‘투트랙’ 역할 분담
계엄 사과한 권영세 “변화와 쇄신 고삐”
“보수 괴멸 우려” 권성동, 연일 李 저격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12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사고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보윤·임이자 비대위원, 권성동 원내대표, 권영세 비대위원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최형두·김용태 비대위원.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의 직격타를 맞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열 정비를 마치고 1일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국민 신뢰 회복’을 일성으로 던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회는 ‘친윤(친윤석열) 색채 덜어내기’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지도부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2인 임명의 파장과 국회 재의 절차를 밟게 된 쌍특검법(내란 특검 및 김건희 특검) 대응을 앞두고 대야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비대위와 원내지도부는 1일 오전 국립현충원을 찾아 신년 참배에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사태 여파로 추경호 원내지도부에 이어 한동훈 지도부가 줄줄이 사퇴하는 후폭풍을 겪었다. 배톤을 이어받은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시절부터 보수 진영에 몸담은 5선 중진이자 친윤 인사란 점에서 당 주류로 분류된다. 이들은 ▷향후 심화할 탄핵 정국에서 정국 혼란을 최소화하고 ▷계엄 정당 이미지를 씻는 동시에 ▷보수 진영의 통합을 끌어내고 ▷거대야당의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난제들을 떠안았다.

당장 두 사람은 일종의 ‘역할 분담’에 나선 모습이다. 권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취임사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대통령과 당 분리’ 수준에 못미치지만, 강성 지지층의 사과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절충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대위 등 새 지도부 인선에는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초선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갑)과 재선 조정훈 의원(서울 마포갑)에게 각각 조직부총장, 전략기획부총장을 맡기며 ‘험지’ 현역이 전진 배치됐다. 사무총장에도 소장파 ‘삼정 개혁’ 모임 출신의 3선 이양수 의원(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이 임명됐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 시 현실화할 조기대선 국면에서 당 살림과 전략, 조직을 가동할 요직들이다.

이 밖에 비대위원으로는 3선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과 재선 최형두 의원(경남 창원·마산·합포), 초선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의원 외에 친한계 최보윤(비례) 의원이 합류했다. 이러한 인선은 국민의힘의 고질병인 ‘영남당’ 꼬리표와 계엄 사태 이후에도 이어진 ‘친윤 정당’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됐다.

권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당의 화합과 안정을 꾀하면서도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변화와 쇄신의 고삐를 더 단단히 조이겠다”라고 하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비대위 제안을 고사한 일부 인사들에게 “당의 체질을 바꿔 달라”며 합류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군에는 지난 총선 광주에 출마했던 친한계 박은식 전 비대위원도 포함됐었다고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가 12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권 원내대표는 대야 공세 최전선에서 보수층을 결집하는 역할을 자처한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불거진 야당의 탄핵안 발의 시도와 관련해 “오로지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안 발의 압박이 한창이었던 지난달 24일 의원총회에서 권 원내대표는 “단지 이재명 방탄을 넘어 보수우파의 괴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26일 의원총회에서도 “국정 초토화도 불사하며 탄핵안을 난사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가려보겠단 계산”이라며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및 탄핵안 가결정족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불가론’의 대표 스피커로 나섰다. “지금은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정지 상황이기 때문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12월17일)”, “탄핵소추인인 국회가 헌재 재판관을 추천하는 행위는 마치 검사가 자기가 기소한 사건에 판사를 임명하는 것(12월18일)”, “권한대행자의 탄핵소추 발의 및 의결정족수는 대행되는 공직자의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라고 명백히 밝혔다(12월26일)” 등이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여야 몫의 헌재 재판관 2인 임명을 결정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서도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희생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향후 헌재 재판관 임명 대응과 최 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 재표결 국면에서도 강경한 행보가 예상된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쌍특검법 수정안 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부결시켜놓고 그 다음 수순에서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권 위원장이 ‘국정협의체’를 통한 여야 협치 방안 모색에 나선 것과도 대조적이다.

이러한 역할 분담을 놓고선 계엄·탄핵안 가결 사태를 둘러싼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효과에 대해선 ‘한시적’이란 시각이 짙다. 탄핵 정국이 심화할수록 지지층의 극단화 현상이 맞물리며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기대선 정국으로 전환될 경우에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탄핵 심판은 헌재 손에 달렸고, 국회는 민주당 손에 달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느 순간에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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