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은 |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해 신예은은 의미있는 도전을 했다.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윤정년(김태리)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보여준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신예은은 실력과 집안 배경까지 갖추고 아픔까지 지닌 도도한 얼음공주인 매란국극단의 허영서 역을 잘 연기했다.
신예은은 “12부가 이렇게 짧았다는 것을 처음 느꼈을 정도로 지난해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갔다”고 말했다. 국극배우 역할이라 소리도 배워야 했기 때문에 일년간 촬영과 연습을 동시에 소화해야 했다.
신예은은 주인공인 정년과는 무조건 대립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또 다른 성격을 지니면서 결국 ‘윈윈’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정년을 연기하는 김태리 언니와는 성격이 달라 연구하고 둘만의 차이점을 인물에 입히려고 노력했다. 정년이가 자유분망하다면, 영서는 엘리트적이고 교과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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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은은 영서가 ‘빌런’이 아니라 서로 돕고돕는 게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세심하게 연기했다.
“영서가 정년을 괴롭히는 아이로 끝났다면 드라마의 매력이 반감됐을 것이다. 영서가 정년을 괴롭히는 도구로만 사용된다면, 저도 열심히 안하고싶었을 것이다. 열정 있는 정년이가 잘되어야 한다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영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자신이 없었던 부분을 극복하는데, 정년이를 통해 믿음과 용기를 키워나간다. 그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신예은은 ‘정년이’는 단순 연기만이 아닌 무대 연기까지 보여줘야 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무대 연기가 있어 평소처럼 하면 연기가 안보이게 된다. 목소리도 멀리 있는 사람이 들릴 정도로 ‘과장’이 필요했다. 옛날 국극의 신파적 느낌도 가미해야 했다. 분장도 더 진하게 할 수 있었다.”
신예은은 영서의 부족한 부분, 욕심이 많은 부분, 가슴 아픈 과거 상처들, 좀 더 인정받고 싶은 욕심들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오히려 실제 자신과 비슷한 면까지 느껴졌다. 그래서 감정 이입하기에 편했다. 나중에는 “내가 진짜 이 일(연기)을 즐기면서 하고 있을까?”라는 고민속에 영서라는 캐릭터를 바라보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회인 12회 ‘쌍탑전설’에서의 대사다. “신라에 석공으로 일하러간 내가 3년이 지나도록 이것밖에 못만들었는데, 정년은 하루에 탑을 거의 다 쌓았다. 하느님은 나에게 저런 정년의 재능을 안 주시고… 이런 대사를 외우면서 인물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나(허영서)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초라함, 허무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신예은은 예은만의 허영서를, 허영서만의 방자, 온달 아역 등 4편의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국극을 포함해 5명의 인물을 다르게 표현함으로써 신예은 안에 다양한 인물이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게됐다.
신예은은 ‘정년이’를 통해 “국극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행히 국극이 부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예은 |
신예은은 중학교 3학년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웹드라마 ‘에이틴’에서 도하나 역할을, ‘더 글로리’에서는 주인공 박연진(임지연)의 아역으로 나와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런 과정속에서도 연기 매너리즘에 빠지는 건 아닌지를 생각했다. 남들보다 일찍 고민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는 현대물을 더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선택을 하건 정답은 잘 모르겠다. 노력한다고 되는 것일까? 가장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걸 열심히 하자는 거다. 두번째는 눈앞의 목표부터 잘하자. 한 작품에서 한 목표를 만든다. 그런 것들이 모여 나중에 박신혜 같은 대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