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롯데칠성 수출용 과일소주 생산
지난해 소주 수출 규모, 2023년 웃돌 전망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주류업계가 과일소주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올해 오비맥주까지 참전하면서 ‘K-소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주공장이 생산하는 소주 및 리큐르 품목제조 보고를 마쳤다. 품목은 총 50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기존 생산 제품 대부분을 그대로 식약처에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2월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했다. 오비맥주가 소주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소주는 신세계그룹 산하에서 ‘푸른밤’ 등 자체 브랜드 소주를 생산했으나 수익성이 낮아 중단했다. 최근에는 타사 요청에 따라 해외 소주 ODM(수출용 제조업자개발생산) 사업을 영위했다.
제주소주의 생산 품목군 대다수는 수출용 과일소주다. 오비맥주가 식약처에 등록한 제품도 순수소주 복숭아향·마가리타향·수박향, 펀터소주 복숭아·청포도향, 봄비소주 멜론향, 오소주 레몬, 힘 블루베리 소주, 보라소주 매실, 우정소주 딸기 등이다.
업계는 오비맥주가 당분간 수출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비맥주가 지난달 특허청에 상표권 출원한 브랜드도 ‘DOLDOL’과 ‘ZZAN’, ‘JJAN’ 등 영문을 사용했다. 해당 브랜드는 소주, 과실주 등으로 등록됐다.
오비맥주가 모회사 AB인베브를 통해 새로운 수출 활로를 개척할 가능성도 있다. AB인베브는 세계 최대 맥주 기업으로 전 세계 유통망을 보유 중이다. 다만 오비맥주 관계자는 “아직 소주 사업 관련해서 명확히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오비맥주가 과일소주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일소주가 포함된 리큐르 수출액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9091만달러를 기록했다. 업계는 최근 추이를 고려해 지난해 연간 수출액이 2023년(9158만달러) 수준을 웃돌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1~11월 소주 수출액은 9570만달러로 2023년(1억141만달러)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점쳐진다.
영국 대형 슈퍼마켓 세인스버리에 입점된 ‘에이슬 시리즈’ [하이트진로 제공] |
하이트진로는 ‘레몬에이슬’ 신상품 출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해외에서 ‘자몽에이슬’과 ‘청포도에이슬’을 비롯해 수출 전용 상품인 ‘자두에이슬’, ‘딸기에이슬’ 등 총 4가지 맛의 과일소주를 판매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소주 해외 매출 5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베트남에는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과일소주 ‘순하리 처음처럼’ 9개 품목을 미국, 중국, 베트남 등 40여개 국에 수출하고 있다. 과일소주 수출액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23% 늘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자두, 리치 등 제품군을 늘려가며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무학(좋은데이), 대선주조(대선) 등 지역 기반 소주 기업들도 과일소주를 앞세워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K콘텐츠가 인기인 가운데 희석식 소주보다 선호도가 높은 과일소주 수요가 늘고 있다”며 “생산 기업이 빠르게 신제품을 추가해 시장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