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위기” 17년 참은 대학 등록금 ‘인상’ 봇물 터진다

이주호 “동결 요청”에도 줄줄이 인상·검토
최대 5.49% 인상 가능, “지금이 마지막 기회”
교육부 “등록금은 각 대학이 자율 결정하는 것”


서강대학교와 국민대학교가 2025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연세대학교·경희대학교 등 다른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 역시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이와 관련해 “등록금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등록금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대학 등록금 고지서[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서강대학교와 국민대학교가 2025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연세대학교·경희대학교 등 다른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 역시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이와 관련해 “등록금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등록금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6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권유했음에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이 늘어나는데 대응 방안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등록금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다만 물가 상황 등 경제 전반을 고려해서 가급적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고 있지만, 별도 대응 방안이나 이런 건 없다”라고 답했다.

앞서 서강대학교는 지난달 26일, 국민대학교는 지난 2일 학부 등록금 인상을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의결했다. 서강대는 17년 만에, 국민대는 13년 만에 등록금 인상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말 “등록금을 동결 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라고 밝히고 각 대학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국가장학금Ⅱ 유형 규제를 완화하면서 ‘등록금 인상’을 가능케 했다.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동결을 유도했으나 올해 이 규제를 완화했다. 그간 대학이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으려면 등록금 동결 이외에도 교내 장학금을 유지하거나 확충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교내 장학금을 전년 대비 10% 줄이더라도 국가장학금을 지원한다.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등록금 인상 폭도 커졌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록금 인상 상한 금액은 직전 3개 연도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다. 그런데 최근 물가 상승 폭이 가팔라지면서 기존 1~2%에 그쳤던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이 지난해에는 5.64%, 올해는 5.49%까지 치솟았다. 일부 대학은 정부 지원을 일부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중 3분의 2가 올해 등록금을 올릴 계획이거나 인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서강대와 국민대 이외에도 연세대, 경희대, 동국대, 성신여대, 고려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교육부가 동결을 요청했지만,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도 정치도 비상인 상황이지만 올해도 인상하지 않으면 대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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